전문 투기꾼들이 자리잡고 있다.
주식투자는 뇌의 ‘보상시스템’을 활성화해 중독에 취약하다. 시장의 급격한 변동은 도파민을 분비시키고 정신을 흔들어 단기적 수익에 집중하게 만든다. 하지만 시장은 단기적으로 예측하기 어렵고 수익을 내기 힘들다. 무자비하고 무작위적이다. 전 세계 자금이 몰려드는 거대한 전쟁터이며, 이곳에는 오랜 경험을 지닌 전문 투기꾼들과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트레이더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투기꾼들은 약세장에 공매도로 시장을 부수어 버리거나 강세장에 큰 돈으로 매수해 기름을 붇는다.
뛰어난 기술과 전략을 갖추고 있어도, 시장을 이기는 것은 극소수의 몫이다. 특히, 단기 트레이딩으로 꾸준히 수익을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타고난 감각을 지닌 극소수의 천재들은 이러한 변동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전략은 일반 투자자가 모방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그럼에도 주식 시장에서는 단기간에 10배, 20배의 수익을 올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리곤 한다. 상한가를 치는 종목이 뉴스에 언급되고, 앱을 켜면 언제든 해당 종목을 거래할 수 있다. 오르는 종목을 사서 조금씩 수익을 내면 큰돈을 버는 것이 어렵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남의 일은 항상 쉬워 보이기 마련이다. 부모들은 자녀가 노력하면 반에서 1등을 할 수 있다고 믿고 격려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돈을 버는 사람은 극소수다.
회사에서도 모든 사람이 임원이 될 수 없고, 창업한다고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비현실적인 낙관주의는 자신을 과대평가하게 만든다.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창업한다고 모두 성공할 수 없는 것처럼, 결심한다고 모두 반에서 1등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마음만 먹는다고 원하는 것이 모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음식점을 창업하려 해도 철저한 준비가 없으면 오래가지 못하고 폐업하게 된다. 젊고 유능한 창업가들이 기술과 능력을 갖추고 뛰어들어도 성공 확률은 매우 낮다. 보통 열에 하나도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투자 시장은 세상의 모든 돈이 흐르는 곳이다. 단순히 HTS(홈 트레이딩 시스템)나 MTS(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로 주식을 사고파는 방법을 아는 것과 실제로 투자에 성공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투자 시장에는 오랜 경험과 기술을 갖춘 진짜 전문가들과 거대 자본을 운영하는 기관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투자 시장은 개인 투자자 몇 명이 모여 돈을 벌어가는 곳이 아니다. 초고속 알고리즘을 운영하는 기관, 천문학적인 자금을 굴리는 헤지펀드, 그리고 오랜 경험을 쌓은 전문 트레이더들이 이곳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개인이 어설픈 전략으로 살아남기는 어렵다. 반에서 1등하는 것도 회사에서 창업으로 성공하는 것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쉬워보이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의 오류이고 심리적 편향이다.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걷는 것은 다르다
단기 트레이딩은 오랜 시간 경험을 쌓고 공부하고 시도해도 감각적으로 타고나지 않으면 성공하기 매우 어렵다. 순발력도 뛰어나야 하고 조심성이 있어야 하며 때론 아주 과감하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빠르고 직관적인 선택은 본능적이고 깊이 생각하지 않은 선택이다. 따라서 느리고 신중한 선택이 합리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문가일수록 문제를 직면한 순간 자신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빠르게 판단할 때 옳은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트레이딩은 빠르게 직관적인 선택이 이어진다. 단기 트레이딩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는 그 만큼 숙련된 사람들이 적기 때문이다.
투자자마다 감내해야 하는 변동 폭도 다르다. 어떤 이는 수십만 원의 변동을 견디지만, 어떤 이는 수억 원의 변화를 감수해야 한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을 투자한 사람이 30% 하락하면 30만 원을 잃지만, 10억 원을 투자한 경우 손실 규모는 3억 원에 달한다. 같은 주식에 투자했더라도 투자금의 크기에 따라 심리적 압박이 달라지며, 상승 시에는 큰 기쁨과 함께 불안감도 커진다.
남석관씨는 21년 경력과 실전 투자 대회 5회 이상 수상 경력을 가진 대한민국 최고의 트레이딩 전문가다. 하지만, 여전히 단기 트레이딩이 가장 어렵고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또한, 일반인들은 웬만하면 단기 트레이딩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수백억 원대 자산가인 남석관 씨도 시장 상황에 따라 트레이딩 규모를 조절한다. 시장이 좋을 때는 5억 원, 좋지 않을 때는 1억 원 정도만 운용하며, 이 돈조차도 내 돈이 아니라는 마음가짐으로 투자한다. 즉, 언제든 손실을 볼 수 있는 자금으로만 트레이딩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자산은 중·장기적으로 안전한 투자처에 배분하는 것이다. 이처럼 투자 고수들도 자금 규모가 커지면 리스크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제한된 금액으로만 트레이딩을 진행한다.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걷는 것은 다르다.” 이론과 현실에는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하는 이 말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행동과 경험을 통해 진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주식시장은 더욱 그렇다. 투자에 대해서 1시간 동안 설명할 수 있어도 실제 자산에 큰 비중을 투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다. 주식 가격은 변동성이 높아 단기간에 20~30% 이상 하락하는 경우가 발생하며, 한순간에 재산을 두 배로 불릴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절반을 잃을 수도 있다. 트레이딩은 이러한 급격한 변화에 특히 취약해 작은 실수 하나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