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뛰어드는 거물 투기꾼들
일반적으로 약세장은 20% 이상 하락세가 이어지는 시장을 의미하며,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간 지속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18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다. 조정장은 지속 기간이 몇 달 정도로 짧고, 하락 폭도 20% 이내인 경우를 말한다. ‘공포에 사라(buy the dip)’는 말처럼, 누군가는 약세장이 길어지면 리스크가 거의 사라졌다고 보고, 지금이 안전한 투자 시기라고 말한다. 때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용기를 내어 매수에 나서도 반드시 탁월한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이때 시장에 뛰어드는 거물 투기꾼들이 있다. 그들은 시장이 공포에 휩싸여 있을 때 강력한 공매도로 시장을 짓눌러버린다. 반대로 탐욕에 사로잡혀 거품을 형성할 때는 큰돈으로 매수해 불을 붙인다. 이들은 시장의 광기를 확인하고 그 속에 뛰어든다. 전설적인 투자자 조지 소로스는 “큰돈을 벌려면 대중의 이러한 ‘광기’를 확인하고 그 안에 뛰어든 다음, 대중들이 그 실체를 파악하기 전에 게임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You have to ride the wave of irrational exuberance; and the biggest profits are made when you are going against the crowd."
하지만 소로스도 항상 수익을 낸 것은 아니다.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에 투자했다가 회사가 파산하면서 큰 손실을 입었고, 2000년 기술주 폭주에 참여했지만 닷컴버블 폭락으로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보기도 했다. 전체 운영자금(AUM)을 100-150억 달러로 추정할 때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손실이었다. 천재들도 때로 큰 손실을 본다. 시장은 이러한 투기 세력들의 행동에 의해 더욱 무작위적으로 요동친다.
조울증에 걸린 ‘미스터 마켓(Mr. Market)’
시장의 광기에 참여하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만큼 큰 손실이 날 가능성도 높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시장은 마지막 남은 사람들이 나가떨어질 때까지 투자자들을 뒤흔든다. 이러한 무작위적이고 무자비한 시장을 투자 전문가들은 괴물이라 지칭한다.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은 시장을 조울증에 걸린 ‘미스터 마켓(Mr. Market)’이라 했고, 케인스는 미쳐 날뛰는 ‘동물적 본능(animal spirit)’이라 표현했다. 위대한 투자자 필립 피셔의 아들 켄 피셔(Ken Fisher)는 시장을 ‘능멸자(The Great Humiliator, TGH)’라 표현했다.
투자시장을 비이성적이고 무자비하며 광기로 날뛰는 짐승과 같다고 설명한다. 이 괴물은 투자자들이 가진 돈을 마지막 한 푼까지 빼앗기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논리도 없고 무작위적이다. 시장에 불을 붙여 탐욕을 부추기다가도, 갑자기 돌변해 공포에 질리게 만든다. 시장은 인간의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이며, 이기적이고 편향된 선택이 만들어낸 괴물의 지배를 받는다. 불합리한 인간의 마음이 그 괴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주가가 하락하면 당연히 고통스럽지만, 주가가 올라도 더 투자하지 못해 아쉽고, 더 많이 번 투자자들을 보며 불편하다. 투자시장은 예측 불가능하고 언제든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장소다. 하락장은 모든 게 끝난 뒤에야 상황이 파악된다. 미스터 마켓은 사람들의 혼란스러운 본능의 집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