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나쁜 게 아니다, 미국이 너무 강한 것이다

by 페테르

코스피는 장기 투자에 불리하다.

다음은 최근 20년(2005년~2025년) 동안, 미국과 한국의 주요 주가지수가 기록한 연평균 성장률이다. 아래 수치는 연복리 수익률(CAGR)을 기준으로, 1천만 원을 투자했을 때 얼마가 되었는지를 나타낸 것이다.

S&P 500 (연 7.8%) → 4,500만 원 (4.5배)


나스닥 (연 11.0%) → 8,000만 원 (8배)


코스피 (연 4.7%) → 2,500만 원 (2.5배)


코스닥 (연 1.9%) → 1,450만 원 (1.45배)


20년 전에 미국에 투자한 사람과 한국에 투자한 사람은 자산에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미국 증시는 긴 시간 동안 강력한 성장을 보여주었고,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 시장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특히 코스닥 시장은 거의 제자리걸음이었다.


Home Bias, 익숙함에 속지 말자.

많은 투자자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의 주식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홈 바이어스(Home Bias)’라고 부른다.
하지만 투자는 국적이 아니라 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투자하는 것이다. 투자란 기업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그들의 성과를 함께 나누는 과정이다. 주식을 보유한다는 것은 곧, 그 기업의 일부를 소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업은 이 자금을 활용해 사업을 확장하고 수익을 낸다. 투자자는 그 성과를 주가 상승이나 배당의 형태로 돌려받는다. 이것이 주식 투자의 기본 구조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투자자에게 충실한 것은 아니다. 어떤 기업들은 상장으로 자금을 조달한 뒤, 주주보다는 경영자와 내부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이런 기업들은 배당을 외면하거나 주가 관리에 소홀하고, 결국 투자자에게 외면받는다. 한국 시장에는 이런 ‘주주 비우호적 기업 문화’가 여전히 뿌리 깊다.

이러한 문화는 시장 전반의 저평가로 이어지며,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현상을 만든다.

시장의 크기와 구조를 보라.

물론 한국 시장이 저평가되는 이유는 기업 문화만이 아니다. 시장의 구조 자체가 작고, 글로벌 투자 자금이 몰리기 어려운 조건이기도 하다.

한국은 전 세계 GDP의 약 1.7%, 약 2조 달러 수준의 작은 경제다. 비슷한 규모의 나라로는 호주, 멕시코, 스페인, 인도네시아 등이 있다. 아무리 자금이 있다고 해도, 이들 국가에 포트폴리오의 큰 비중을 투자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세계 최대 시장은 단연 미국이다.

세계 GDP가 약 110조 달러인데, 그 중 미국은 약 30조 달러를 차지한다. 전체의 27%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주식 시장 규모다. 전 세계 주식 시가총액 약 120조 달러 가운데,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에 달한다. 세상의 절반의 돈이 미국 주식에 몰려 있는 셈이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미국은 주주 이익을 중심에 둔 제도와 정책을 갖췄고,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만든 가치는 세계 시장을 압도한다.


한국의 코스피와 코스닥을 모두 합쳐도 시가총액은 약 1.7조 달러, 전 세계의 1.4%에 불과하다. 투자 대상으로 보면, 구조적으로 작은 시장인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수익률이다.

좋은 제도, 큰 시장, 강한 기업. 결국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는 ‘수익률’로 드러난다. 20년 전 1천만 원을 미국에 투자한 사람과, 한국에 투자한 사람 사이에는 지금 2~3배 이상의 차이가 벌어져 있다. 그리고 그 차이는 앞으로도 더 벌어질 수 있다. 우리의 목표가 ‘성장에 투자하는 것’이라면, 냉정히 말해 어느 시장이 그에 적합한지를 봐야 한다. 익숙함이 아닌, 수익률로 판단해야 한다. 우리는 국적이 아닌, 성장을 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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