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감정적으로 결정한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가지 선택을 한다. 하지만 그 중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은 드물다. 대부분은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인 경우가 더 많다. 순간적인 감정에 휩쓸려 행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하거나 미안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많은 사람이 담배를 끊고 싶어 하지만 쉽게 끊지 못하고, 피곤함을 느끼면서도 늦은 밤까지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못한다. 다이어트를 결심하지만 규칙적인 운동은커녕 야식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우리는 돈을 많이 벌어도 그보다 더 소비하면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기적이고 감정적인 태도가 관계를 해친다는 것도 모르는 게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충동적으로 소비하고, 감정적으로 행동하며, 자기중심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는 ‘알면서도’ 건강, 재정, 관계에 해로운 행동을 반복한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해로운 선택을 하고 나면, 우리는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한다. 후회하거나, 정당화하거나.
투자도 마찬가지다. 기본 원칙들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 단순해서, 많은 사람이 전설적인 투자자들의 조언을 시대에 뒤처진 낡은 교훈으로 치부해버린다. 하지만 그들의 지혜는 오늘날 시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원칙들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심리는 과거에도, 지금도 비슷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단지 그러한 내용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을 뿐이다. "탁월한 리더가 있고 미래를 바꿀 훌륭한 회사를, 저렴해졌을 때 사서, 가치가 수렴될 때까지 기다려라." "시장 변동성에 익숙해져라." "탐욕과 공포에 휘둘리지 말고 인내하라."
이 원칙들은 복잡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투자자는 시장 변동성에 휘둘리고 감정적으로 대응한다. 시장이 하락하면 두려움에 매도하고, 상승하면 뒤늦게 뛰어들어 고수들의 희생양이 된다. 똑똑하고 자기 일에 능숙한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천재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조차도 투자에서 실패를 겪었다. 그는 남해회사 투자 열풍에 휩쓸려 큰돈을 투자했지만, 거품이 꺼지며 재산의 3분의 2를 날렸다. 이후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천체의 운동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도저히 계산할 수 없다."
투자는 일반적인 일처리 능력과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무작위적이고 변동이 심한 시장에서 자신의 재산 절반을 걸고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인내하라’는 원칙을 지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의사결정은 하루에도 수십 번 이루어지며, 감정과 본능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시장이 요동칠 때, 이러한 감정적 요인은 더욱 강하게 작용한다."
빠른 결정, 느린 결정
우리는 왜 이렇게 감정적이고 본능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까? 우리가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거나 설명하는 데 서투르다. 어떤 행동을 하고 나서도 왜 그랬는지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저 후회하거나 행동을 합리화하려고 할 뿐이다. 인간의 마음, 의식, 자유의지와 같은 개념은 주관적이며 추상적이다. 이는 물질적 실체가 없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빠르지만 감정적이고 직관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있고, 상황에 따라 느리지만 분석적이고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안다. 행동경제학의 아버지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인간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전통적인 경제학은 사람들이 자신의 최대 이익을 위해 합리적으로 판단한다고 가정하는 반면, 행동경제학은 사람들이 감정에 의해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본다.
카너먼이 제시한 시스템 1은 빠르지만 부정확할 수 있는 사고 방식을 의미하고, 시스템 2는 수학 문제를 풀 때처럼 느리지만 보다 정확한 사고 방식을 뜻한다.
시스템 1: 인간의 빠르고 자동적인 사고 방식으로, 경험과 학습을 통해 형성된 직관과 감정에 의존한다. 에너지 소모가 적어 일상적인 판단이나 습관적인 행동에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러한 빠른 의사결정은 정확성이 떨어지거나 편견에 영향을 받기 쉽다.
시스템 2: 느리고 의식적인 사고 방식으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정보를 처리할 때 주로 사용된다. 많은 노력과 집중력이 필요하며,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를 통해 보다 정확한 판단을 내린다.
카너먼은 우리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시스템 1에 의존하여 살아가지만,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시스템 2를 활용해야 더욱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간단한 문제를 통해 시스템 1(직관)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야구방망이와 공 세트가 1달러 10센트다. 방망이는 공보다 1달러 더 비싸다. 공은 얼마일까?
이 문제를 보면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답은 ‘10센트’**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야구공이 10센트라면, 방망이는 공보다 1달러 비싸야 하므로 1달러 10센트가 되고, 총합이 1달러 20센트가 되어버린다. 즉, 10센트라고 답하는 것은 ‘빠르고 직관적인’ 시스템 1의 작용이며, 정확한 답(5센트)을 구하려면 ‘느리고 분석적인’ 시스템 2를 사용해야 한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이 문제를 틀리는 이유는 시스템 1에 의존하여 직관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어림짐작은 일상생활에서 빠르게 판단을 내리는 데 유용하지만, 정확성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오류를 발생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집으로 걸어가는 발걸음이나 별생각 없이 코미디를 보면서 웃는 행동은 시스템 1이 작동하는 대표적인 예다. 마찬가지로, 58 × 42를 어림잡아 2400이라고 계산하는 것도 시스템 1을 활용한 것이다.
우리는 주식 투자에서도 빠르고 직관적인 사고 방식인 시스템 1에 많이 의존한다. 매수한 주식이 하락하면 고통을 느끼고 서둘러 매도하거나 견우 참아내다 본전이 되었을 때 매도하고 시장을 빠져나오는 것은 본능적 반응에 가깝다. 사람들은 손실을 피하려는 본능이 강하며, 같은 금액이라도 이익을 얻었을 때보다 손실을 봤을 때 더 큰 감정적 영향을 받는다. 시장이 하락하면 두려움이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한다. 보유한 주식에 손실이 나면 고통을 피하려는 마음에 서둘러 매도하고, 그로 인해 때로는 가장 좋은 매수 시기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주가는 짧은 시간에도 가파르게 상승하거나 하락한다. 많은 이들이 빠르게 시스템 1에 의존해 빠르게 반응한다. 가격이 상승하면 매수해 수익에 참여하려 하거나 하락하면 매도해 손실을 피하려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결정은 본능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수익을 내는 이들은 가능한 감정을 배제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려 노력한다. 모든 투자는 자산이 저렴할 때 사서 비쌀 때 매도하는 것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탐욕과 두려움에 기반한 결정이 아니다.
즉, 시스템 1은 빠르고 직관적이며 감정적이지만, 시스템 2는 논리적이고 분석적이다. 올바른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감정적이고 본능적인 반응에서 벗어나 시스템 2를 활용해야 한다. 레이 달리오(Ray Dalio)는 그의 저서 *원칙(Principles)*에서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을 ‘합리적인 자아’와 ‘감정적인 자아’로 나누어 설명하며, 비슷한 개념을 제시한다. 시스템 1과 2는 이성과 본능, 논리적 사고와 감정적 반응처럼 대립하는 개념이지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한쪽은 빠르고 직관적이지만 감정적이고 본능적이다. 또 다른 한쪽은 느리지만 정확하고 분석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