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속도는 한 번에 찍히지 않는다

멈춤에도 리듬이 있다

by 디디로그

개찰구 앞.

세상이 전부 '삑' 소리에 맞춰 움직인다.


한 번에 찍히는 사람도 있고

두세 번을 찍어야 통과되는 사람도 있다.


줄은 계속 늘어나고

그 뒤에서 누군가는 '조용히 죄송합니다'를 입모양으로 말한다.

서울엔 그런 침묵이 많다.


지갑을 꺼내며 허둥대는 사람

휴대폰을 꺼내다 떨어뜨리는 사람

하필 그 순간, 인식이 안 되는 사람

모두 조금씩 다른 속도로 지나간다.


카드 찍는 사람들 사이엔 묘한 리듬이 있다.

누군가는 앞사람의 실수를 기다려주고

누군가는 쌀짝 옆으로 비켜서며

오늘은 타이밍 좋네! 하고 혼잣말을 한다.


급행을 타려는 사람들 틈에서

나는 늘 반 박자 느리게 서 있는 편이다.

한 번에 찍히지 않아도 괜찮다.

그 몇 초가 하루의 숨을 고르게 해 준다.


문이 닫히고 사람들은 다시 흘러간다.

게이트 너머로 각자의 하루가 찍혀 나간다.

오늘도 수많은 발소리와 '삑'소리가

서울의 리듬을 완성시킨다.


서울의 속도는 한 번에 찍히지 않는다.

가끔은 두세 번의 '삑'이

조금 더 사람다운 하루를 만든다.





지하철 팁

개찰구는 카드보다 마음을 먼저 준비해야 통과된다.

서두르면 꼭 삑, 한 번 더 찍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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