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일상

버티고 버텼는데

무서웠다

by LYR

막힘없이 경북을 빠져나와, 충청도를 달려 경기도로 진입.

'1시간 반만 지나면 집에 도착한다'

'이제는 쉴 수 있다'

'끝나가고 있다'


열심히, 간신히 운전을 하고 가다 경부고속도로 오산 어디쯤. 갑자기 앞 차가 멈췄다.


어 어~ 쾅!!!


머리를 들어보니 차 안에 하얀 연기가 가득했다.

아이폰 긴급 구조 알람이 정신없이 울려댔고 에어백 4개가 터지고 앞 유리도 깨져있었다.


뭐지? 부딪히는 순간 멍했던 정신이 다행히 바로 돌아왔다.


'추돌 사고'

사고를 인지한 순간, 힘껏 브레이크를 밟았던 오른발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자동으로 떨리는 발을 제외하고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믿기지가 않았다.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도 못하고 있는 나를 둘째가 불렀다.


"엄마"

그제야 아이가 걱정됐다.


"괜찮아?"

"안 다쳤어?"


내가 이렇게 큰 사고를 내다니.

상습 정체구간에서 갑자기 앞 차가 그 앞차를 들이받았고 그걸 피하지 못해 앞차를 들이받은 것이다. 3중 추돌사고.


아이와 몇 마디를 나누지도 않았는데 견인차가 와서 위험하다며 우리를 차밖으로 나오게 했다.

견인차 뒷좌석에 타고 국도로 들어선 후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논술 시험을 막 끝낸 첫째를 기다리고 있던 남편은 전화통으로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뭔가를 감지했는데 평소보다 더 침착하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말을 하지 못하고 울먹이는 엄마 대신 아들은 울음을 꾹 참으며 상황을 아빠에게 설명했다.


보험회사와 경찰이 상황을 정리했고 차는 곧장 폐차장으로 갔다. 경기도에 사는 남동생의 도움으로 드디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왜 그렇게 울음이 나오던지. 살면서 가장 큰 일을 겪어서,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아서, 아들이 무사해서, 이만하길 다행이어서. 알 수 없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무사히 아이들의 일을 끝내고 편하게 집에서 쉬고 싶었는데 자책감이 들고 허탈했다. 눈물은 멈출 줄 모르고 계속 흘러내렸다.


3일 만에 온 집. 내 집.

병원에 바로 가지 못하고 잠이 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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