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이고 직업이니깐
회사를 다니면서 항상 뭔가를 쓰는 일로
돈도 벌고 커리어도 쌓아왔다.
히지만 쓰는 건, 그냥 직업 활동의 one of them이라고 생각했다.
직업상 글을 꾸준히 썼다.
물론 기사와 보도자료 위주였다.
짧은 잡지사 생활을 하면서 내가 알지도 못하는 분야의 기사를
공부해 가며, 물어가며 그래도 이해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기사를 썼다.
그게 가능한 일이야? 싶지만 가능했다.
홍보대행사로 이직해서 육하원칙에 맞게 보도자료를 기계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섹시하게 제목을 뽑아한다며
셀링포인트를 부각해야 한다며
기자는 숫자를 좋아한다며
나의 첫 대행사 대표는 보도자료 작성 원칙, 배포 원칙을
가끔은 친절하게 가끔은 신경질적으로 가르쳐주었던 기억이 난다.
업계 1위, 매출 1위, 시장점유율 1위, 업계 최초, 업계 최대 같은 단어를 넣어,
없으면 어찌어찌 만들어서라도 제목을 그럴듯하게 뽑았다.
기자도 고객사도 좋아했다.
어느덧 이런 워딩이 없으면 보도자료가 힘이 없다고 생각돼
후배들의 보도자료를 검토할 때 한숨이 나온 적도 많았다.
짧은 내용을 늘리고
별 장점 없는 제품을 멋진 제품으로 포장하기 위해
미사여구를 갖다 붙이면서 만들어 냈다.
몇 년 하다 보니 그것도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보도자료뿐만 아니라
기고, 인사말, 축사는 물론
광고 카피도 쓰고
홍보 메시지도 쓰고
성명서와 사과문도 쓰고
고객사가, 회사가 쓰라고 하는 건 다 썼다.
잘 써서 쓰는 게 아니라 직장인으로서 그 일이 내 일이니깐 썼다.
모르면 물어보고, 인터넷에 찾아보고, 예전에 쓴 것도 꺼내보면서
그러면서 일을 했다. 글을 썼다.
하지만 내 진짜 글은 누구한테 물어볼 수도 없고
인터넷에서 비슷한 걸 찾아 그럴듯하게 갖다 붙일 수도 없다.
창작을 하는 건, 진짜 글을 쓰는 건 완전 다른 일이기에
글쓰기를 시도조차 하기 어려웠다.
주위에 글 잘 쓰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어쩜 그리 잘 쓰는지 신기할 정도다.
얼마나 망설였던가.
그래도 시도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글재주가 있는 건 아니잖아?
그러니 너무 잘 쓰려고 애쓰지 말아야지.
포기하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