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가 아니고 '글'을 쓴다고?
회사를 관둔 후 어느 날 같은 아파트 엄마랑 카페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나의 이야기가 궁금한지
어떤 회사를 다녔고 회사를 다니며 어떻게 아이를 키웠는지 꼬치꼬치 물었다.
본인도 큰 아이가 네 살 때까지 회사를 다녔는데
아이가 자주 아파서 회사를 관뒀다는 것이다.
그때 '82년생 김지영' 영화 얘기가 나왔고
나도 울고 남편도 울었다는 얘기를 했다.
"울었다고요?", "왜요?"
"그 영화가 울 영화인가?"
김지영처럼 나도 홍보 대행사를 다녔고
회사의 성차별과 여성으로 받아야 했던 어떤 수치스러움을 겪었다.
영화에서처럼 심각한 병을 앓지는 않았지만
출산휴가 때 정장과 구두를 신고 집 앞을 지나가는 직장인을 보고
나도 다시 회사를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불안으로 슬퍼했었다.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이모님에게 맡기기 위해서
우리 부부도 고군분투했다.
어린이집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엄마나 아빠를 기다렸던
첫째 아이를 떠올리며 남편도 눈물을 흘렸다.
물론 그 옆집 엄마는 공감을 못했다.
대신 뜬금없이 나에게, 내 얘기를 글로 써보는 건 어떠냐고 툭 던졌다.
뭐? 글을? 나보고 글을 써보라고?
글 써보라는 그 엄마의 말이 이어지는 중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글을 쓸 수 있을까? 보도자료가 아니고 '글'을 쓴다고?
일기도 일 년에 몇 번 안 쓰는 내가?
능력이 될까?, 어떻게 내가? 아직은...
그리고 3년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