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받아준다
감정이 참 많은 아들은 그 감정들에 휩싸여 힘들어한다.
조금 덜어내면 편할 텐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
어떡하겠나? 나도 쓸데없이 감정이 많아 항상 생각과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
많이 웃고 아파하고 기뻐하고 속상해한다.
딸아이가 아프다는 걸 알고 난 후 딸아이를 보면 늘 슬프고 힘들다.
누군가에게 딸아이 이야기를 할 때 눈물을 안 흘리려고 해도 어느 순간 눈물이 맺혀 있다.
몇 년 동안 그렇게 많이 울었는데도 딸만 생각하면 왜 또 눈물이 날까?
아이를 보고 있으면 순간 눈물이 울컥하지만 참아야 한다. 눈물을 흘려선 안된다.
그래서 딸은 엄마가 강하다고 생각한다.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도 '딸'이다.
'더 아프고 힘든 사람도 있는데 이 정도 가지고 이러면 안 돼'
'계속 아픈 것도 아니고 안 아플 때도 많은데 얼마나 다행이야'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다가도 아파하는 딸을 보면 견디기가 힘들다.
아이가 아프면 아이와 동기화된다.
아이는 다리가 저리고 난 마음이 저리다.
아이가 오히려 강하다. 이겨 내고 견디는 아이를 보면 대견해서 또 짠하다.
매번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말할 수도 없고
그럴 때마다 내 눈물을 받아줄 사람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혼자 속으로 쌓였던 걱정과 불안이
누군가의 위로에 갑자기 눈물로 쏟아질 때도 있다.
오늘 그랬다.
'이게 뭐람. 울지 말아야지 했는데 또 울어버렸다'.
그래서 글을 쓴다.
글을 쓰면서 나 혼자 울고, 웃고, 다짐하고 위로한다.
쌓아두면 사람들 앞에서 담담하게 딸의 얘기를 하지 못한다.
감정에 빠져 힘들어하는 나를 글이 받아준다.
덜어내지 못하고 넘쳐나는 내 감정을 쏟아내도
글은 고스란히 다 받아 준다.
글이 받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