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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R Nov 15. 2024

열이 39도

맞아 우리 딸은 원래 건강해~

추석 때 무사히 시댁과 친정을 다녀왔다.

장시간 차를 탔지만 딸아이도 아프지 않고 명절을 보냈다.


여름에 많이 아파서 걱정했는데

가을이 되니 아픈 것도 덜하고

이젠 중간고사를 좀 더 열심히 준비해 주길 딸에게 은근히 바랬다.


추석 연휴 후 며칠이 지나고

학교 갔다 온 딸이 

"엄마, 학교에서 다리가 너무 많이 아파서 순간 주저앉았어"

집에 온 아이가 다리를 절었다.


긴장의 시간이다.


다시 다리가 아프다니...

'어제 영어학원 갈 때 데려다줬어야 하나?'

'왜 또 다리가 아프지?'

생각이 많아졌다.


걸어서 10분 거리의 학교 등하교도

학원도 모두 다 남편이 데려다주었다.

일이 있으면 내가 라이딩을 하며 딸아이를 돌보았다.

나도 남편도 일보다는 아이 케어에 집중했다.


딸의 다리는 점점 더 아파왔다.

방에서 나와 화장실을 가려던 아이는

몇 걸음을 걷기 힘들어

벽을 잡고 천천히 한 발짝 한 발짝 떼었다.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하지만 눈물을 보이면 안 된다.

버티고 있는 아이가 와르르 무너질까 봐...

얼른 고개를 돌려 눈을 크게 뜨고 깜박깜박거렸다.


딸을 지켜보는 남편과 나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다짐을 안다.

엄마인 내가, 아빠인 내가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는 것을.


터널이 시작됐다.


결석하고 조퇴하고 그러면서 학교를 다녔다.

계속 결석할 수 없어

목발을 짚고 학교를 다녔고 좀 덜하다 싶으면 학원도 갔다.

학교도 학원도 가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가 방안에만 하루종일 있으면 

우울함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아 보냈다.

아이도 그걸 원했다.

웃고 떠들고 그러면서 에너지를 얻고 친구들에게도 에너지를 주는 아이이다.

그걸 아는 아이도 학교에 가겠다고 했다. 

학교 가고 싶다고 했다.


목발을 짚고 학교를 가고 이동수업을 여러 개 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넘게 보낸 금요일 저녁, 

"엄마 몸이 너무 힘들어, 머리도 아프고"

아이의 이마가 끓어올랐다. 

열이 39도.


다리도 다리지만 목발 짚고 생활했던 게 너무 무리였다. 

몸살까지 온 딸을 보살피며 기도했다.

덜 아프게 해달라고

그리고 원망했다.

이건 너무 한 거 아니냐고..


밤에 그렇게 앓고 난 딸은 다행히 다음날 열도 내리고 몸이 한결 나아졌다.

맞아 우리 딸은 원래 건강해

잘 이겨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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