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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wBreasts Jul 12. 2024

1.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던 순간, 꿈이길 바랐던 순

part1-암은 내 가슴에...

cancer : 가끔은 예상하지 못했던 불행히 손님처럼 찾아온다. 

           

             나는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를 정말 좋아했다.

             그때의 나는 젊었고 "별은 내 가슴에"와 같은 사랑을 믿었다.

             당시의 나는 가슴에 순수한 별이 있지 않았을까?

             그 오랜 시간 사이 내겐 무슨 일이 생겼기에 별이 아닌 암이 내 가슴에 생겼을까?




 그날 나는 출근하는 길이었다. 4월이었지만 하늘은 어두운 구름이 끼고 날씨도 살짝 쌀쌀했다. 그래도 봄이니까 회사 셔틀버스가 서는 정류장 전까지 잠깐을 걷는 길이지만 멋을 내고 싶은 마음에 인디핑크색의 트렌치코트와 청바지를 입고 집에서 나온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똑같은 길을 걸었다. 흐리고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비하고, 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복장에 비하면 나의 트렌치코트는 너무 튀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내 옷만 튀었지 모든 것들이 평범하고 그대로인 순간이었다. 


 그렇게 평소처럼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이 생각 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아무런 생각도 의심도 없이 전화를 받았고, 핸드폰 너머에서 너무 정확하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나의 이름을 묻는 목소리가 들렸다.


“ 안녕하세요 @@@님 맞으시죠? 여기 지난주에 검사받았던 영상의학과예요.”


“ 네, 저 @@@ 맞는데요. 무슨 일 이시죠?”


“ 검사 결과가 나와서 그러는데 원장 선생님께 연결해 드릴게요.” 


 순간, 엄청난 알 수 없는 기운이 나에게 퍼져 오는 느낌이 들어 소름이 확 끼쳤다. 그 기운은 좋지 않은 기운이었다. 그 이유는 수년 전, 같은 병원에서 유방 조직 검사를 받은 적이 있었고 아무 이상이 없을 경우에는 굳이 원장 선생님과 연결을 시켜주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장 선생님과의 전화 통화가 연결되기 전까지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내게 있을 수 있는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을 생각했다. 나쁜 소식보다는 그래도 좋은 소식인 것으로, 내 오른쪽 가슴에 만져졌던 완두콩 같은 물체는 양성 종양이라 맘모톰 같은 시술로 충분히 제거 가능하니 빠른 시일 내 방문하라는 소식 일지도 몰라라고... 그 사이 핸드폰은 원장 선생님과 연결이 되었고 내 심장은 이미 엄청나게 뛰고 있었다. 


“ @@@ 님, 지난번에 조직 검사 결과가 나왔어요. 일단은 검사 결과 오른쪽 유방에 상피내암이 나왔어요.”


영상의학과 선생님의 음성과 말투는 너무 빨랐다. 

그러나 상피내암이라는 단어는 정확히 내 귀에 들어왔다.


“ 네? 상피내암이요? ”


“ 네. 0 기암이라고 또는 제자리 암이라고 해요. 그렇지만 큰 병원에서 다시 정밀검사하고 수술하게 되면 가끔씩 기수가 바뀌기도 하니까 그건 염두에 두셔야 해요.”


 내가 무슨 대답을 어떻게 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나마 기억하는 것은 이틀 뒤에 다시 병원에 방문하여 원장님과 면담을 하고 전원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상피내암, 제자리 암... 

어디선가 들어 본 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게 정확히 뭐였더라?

그 자리에 서서 바로 검색에 들어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을 알아냈다. 

유방암은 상피내암이라 할지라도 때에 따라서는 전 절제를 하는 경우가 있고, 어쨌든 수술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 


뛰는 심장을 잠시 가다듬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내가 무엇을 해야 하지? 

머릿속엔 언젠가 대중목욕탕에서 보았던 유방 절제로 한쪽 유방만 있었던 어느 여성분의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 심장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뛰기 시작했다.


정신을 조금 차리고 가장 먼저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 나, 유방 상피내암이라는데... 어쩌지? ”


“ 오늘 출근할 수 있겠어? 내가 회사에 데리러 갈게.”  남편은 덤덤했다. 


“ 잠시만,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할게. 우선 기다려.”


그다음은 남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남동생과 사이가 각별한 편인 나는 그다음 생각나는 사람은 남편 다음으로 남동생이었다. 


“ 누나가 유방 상피내암이라는데...”


“ 상피내암? 그거 뭐 별 거 아닌 거 아니야? ”


“ 야! 별 거 아닌 암이 세상에 어디 있어! 그리고, 상피내암인지 아닌지 수술해야 알아! ”


“ 빨리 병원이나 가 봐.”


 엄마가 말기 암이라는 통보를 받은 경험이 있었던 것 때문일까? 남동생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오히려 나는 그와 반대를 생각했다. 엄마는 로컬 병원에서 위 내시경 결과 위암 3기로 예상된다고 했지만 한 달 뒤 수술 결과에서는 말기 암으로 기수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암이라는 것은 로컬 병원에서의 조직 검사 결과와 전원 하여 수술을 받은 병원에서의 조직 검사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나의 생각은 점점 최악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셔틀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서 다시 또 정신을 가다듬었다. 지금 내가 출근을 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회사에 친구이자 상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의 연월차를 관리해 주는 존재이기도 했다.


“ 나, 유방 상피내암이 나왔는데 오늘 출근해야 할까? ”


 친구이자 상사는 놀라면서도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내게 말했다.


“ 나중에 수술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우선은 출근하자. 상피내암이면 괜찮을 거야.”


 마침, 회사까지 나를 데려다줄 셔틀버스가 내 앞에 섰고 셔틀버스를 탔다. 셔틀버스 안에서부터 머리가 까맣게 되기 시작했다. 이성은 사라졌고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으며 현타가 왔다. 셔틀버스에서 내려서 회사까지 가는데 다리가 떨렸다. 도착해서는 오바이트가 쏠릴 것만 같았다. 근무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친구이자 상사에게 연차를 확정받고, 남편에게 데리러 오라고 전화를 걸었다. 


 남편이 집에서 나의 일터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40분가량, 그 시간을 회사 건물 근처 벤치에 앉아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판단은 빨리 내려졌다. 인사팀에 전화를 걸었고 지금 당장 면담 신청을 하겠다고 했다. 인사팀장과 실무를 담당하는 부장과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남편이 탄 차가 도착했고, 나는 차에 올라타자마자 남편에게 말했다. 


“ 나, 회사 그만둔다. ”


“ 그래, 그러자. ”


23년 6개월의 끝맺음을 결정하는 데 걸린 시간은 30분이었다. 더 이상 회사 생활을 지속했다가는 나의 암은 엄청난 속도로 진행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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