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암은 내 가슴에...
2023년 4월 26일, 병원에서 우측 유방 상피내암이라는 말에 퇴사를 결정한 후 퇴사 수속을 진행하며 4월 28일 조직 검사를 받았던 로컬 병원으로 원장님을 만나러 갔다.
동네 병원이었지만 손님도 많은 편이었고, 이것저것 자료를 받느라 데스크에 계신 병원 직원에게 필요한 서류도 부탁드린 후 원장님의 면담을 기다리며 소파에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때,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원장님의 면담 순서가 온 줄 알고 일어나 원장실에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데스크 쪽의 직원 분이 일어서서 나에게 오라고 손짓을 하는 것이다.
데스크에 갔더니 직원 분께서 나에게 익숙한 지갑을 건네셨다. 나의 오래된 장지갑이었다. 분명 나의 지갑이었는데, 이 지갑이 왜 여기서 나오는 것인지 잠시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 @@@님, 다른 환자분께서 지갑을 주워서 여기에 가져다주셨어요.”
“ 아, 제가 정신이 없나 봐요. 감사합니다.”
“ 그럴 수 있어요. 얼마나 놀라셨으면 지갑을 잃어버린 줄도 모르셨을까요.”
나는 위로받고 싶었다. 나도 모르게 지갑과는 상관없는 질문이 나왔다.
“ 저 같은 사람... 많이 있나요?”
데스크 직원 분은 나의 지갑도 찾아 주셨지만 질문의 의도도 금방 파악하신 듯했다.
“ 요즘, 너~무 많이 계세요. @@@ 님 만 그런 게 아니니까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
너~무 많다고 하는데, 왜 위로가 되는 것이었을까? 이 불행이 나만 당첨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그리도 위안이 되고 안도가 되는 말이 될 줄이야. 나라는 인간이 참 사악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조금 더 슬펐다.
지갑을 건네받은 후, 얼마 되지 않아서 나는 원장님을 만날 수 있었다. 선생님의 목소리는 아름답고 교양이 넘치시고 차분하셨다. 게다가 친절하셔서 ‘상피내암이에요.’라고 말하는 단어까지도 뭔가 아름다운 말을 하고 계시는 것만 같았다. 내게 이렇게 잔혹한 말을 선생님은 ‘당신에게서 아름다운 점이 발견되었어요’ 정도의 느낌으로 말을 할 수 있다니. 실상은 많은 암 환자를 발견해 오시던 선생님 입장에서는 상피내암 따위는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닐 것이 맞을 것이다. 내게 있어서 상피내암이든 무슨 암이든 암은 아닌데, 당사자가 아닌 입장에서는 객관적으로 현상을 바라볼 수 있으니 당연하겠지. 하지만, 내 기분은 나는 이미 말기 암 환자가 되어 있는 것만 같았다.
원하는 병원으로의 전원 의뢰서를 작성하여 주셨고, 특별했던 말은 조직 검사의 바늘이 들어가는 위치에 따라서 침윤이 있거나 없을 수도 있으니 꼭 상피내암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염두해 두라는 통보의 반복이었다.
병원의 선택은 서울 대학교는 못 갔으니 서울 대학교 병원을 선택하기로 했다. 원장님은 “치료 잘 받으세요”는 말을 하셨다. 그 말은 아까 데스크에 계신 직원이 지갑을 찾아 주시면서 말씀하신 ‘요즘 유방암 환자 너~무 많으세요.’라는 말보다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전원 요청서와 나의 조직검사 슬라이드 등을 가지고서 로컬 병원을 나왔다.
몇 년 전에 조직검사를 받은 후 6개월에 한 번씩 조직검사를 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돌이킬 수 없는 후회일 뿐이었다. 조기 검진의 의미는 생기는 암을 막는 것이 아니라 조기에 발견하여 완치의 길로 가는 것이 목표일 것이다. 후회한 들 어찌하리. 이제부터 생기는 일들에 대해서 스스로 감당해 나갈 수밖에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