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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wBreasts Jul 12. 2024

3. 엄마의 20주기, 나는 유방암 진단을 받다.

part1-암은 내 가슴에...


 그 후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나의 오른쪽 가슴의 테두리 부분에서 무엇인가 작은 알갱이가 잡힌다는 것을 발견했다. 평소 유방암 자가 검진을 하지도 않았는데 그때 그 부분이 살짝 간지러웠고 그 부분을 긁으려다가 무엇인가 잡힌다는 것을 알았다. 크기는 대략 완두콩 정도인 것 같았다.   

   

 ‘ 이게 뭐지? 에이, 설마 암은 아니겠지.’      


매년 직장 건강 검진을 받았고 유방암 검사를 잘해 왔다고 믿었다. 또한, 몇 년 전에는 미세석회화 소견으로 좌측 우측 유방 모두를 자세하게 조직검사를 받은 적이 있었고 그 결과는 모두 정상이었으므로 그 후로 나는 유방암에 대해서 전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물혹이 조금 있는 편이고 양성 혹으로 보이는 것도 있으니 맘모툼 시술을 해 보라고 권하였으나 양성인데 그것을 떼야 하나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나는 시술을 받지 않았다. 나는 의사도 아니면서 나의 완두콩 같은 정체불명의 덩어리에 대해 혼자서 진단을 내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양성종양이거나 당시 제거하지 않았던 혹이 커진 것이라고 당치도 않은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편으로는 불안함도 자꾸만 고개를 쳐들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더 이상 내게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엄마의 묘지 봉분 위를 가득 채웠던 제비꽃들을 생각했다. 

     

 ‘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고서 엄마가 미리 내게 메시지를 보낸 것일 거야.’     


 몇 년 전에 조직 검사를 받았던 집 근처의 유방암을 아주 잘 찾아내기로 유명한 영상의학과에 예약을 했다. 그 몇 년 사이에 유방암을 찾아내는 것으로 이 동네에서는 더 유명해지셔서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선생님을 만나고 초음파를 받았다. 초음파 상에 오른쪽으로 작은 혹이 두 개가 보였는데 하나는 내 손으로 잡혔던 작은 혹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아주 작아서 만져지지는 않지만 조직검사를 실행해 보기로 했다. 왼쪽 유방은 미세 석회화로 보이고 특이 소견이 없어서 조직 검사는 실시하지 않았다. 사실, 마음속으로 걱정이 되기도 하였지만 “우리가 걱정하는 일의 70%는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을 정말 오랜만에 떠 올리며 또 한 편으로는 제비꽃을 떠 올리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 내 딸아, 아무 걱정 하지 말거라.” 

     

 이 생각을 하면 마음이 그래도 조금은 편했다.     

 

 일주일 후, 영상의학과에서 전화가 왔다. 요점은 조직검사 결과가 애매해서 추가로 검사를 더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므로 추가 비용을 입금해야 한다는 말을 했고, 나는 속으로 “그럼 그렇지. 암이면 벌써 암이라고 나왔을 텐데 괜히 쓸데없이 검사만 더 하는군.”이라고 은근히 병원과 의료계를 비방하며 나는 절대 암이 아니라고, 그럴 일은 분명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다시 한번 확신했다.      


 그로부터 다시 일주일 후, 출근을 하는 길에서 나는 상피내암이라는 결과를 통보받았던 것이다. 걱정을 너무 안 했나? 사실, 우리가 걱정하는 일의 70%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누군가의 말 때문에 나는 중요한 일에 대해서 일부러 더 걱정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중요한 일은 걱정을 많이 해야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쁜 일이 일어나지 말라고 걱정을 하는 셈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조직검사를 받은 후에는 큰 걱정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럴 줄 알았다면 걱정을 더 많이 할 것을...      


 내 운명은 내가 방심을 하는 순간 내게 불행을 손님처럼 방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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