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로 바꾸시죠

아무도 확신하지 않았던 그날의 나를, 5년이 증명했다

by O Dan o

매달 25일이 되면 나는 잠깐 멈춘다.

20여 년의 관행을 끊어낸 그 숫자가, 어느덧 몇 년째 우리 회사의 컷오프가 되었다.


조직 통합이 한창이던 어느 날, 상대측 담당자가 물었다.

"회사의 컷오프는 언제죠?"


나는 주저 없이 답했다.

"매월 마지막 근무일입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짧은 침묵이었지만, 나는 그 침묵의 무게를 읽지 못했다. 20여 년을 그렇게 해왔으니까.


담당자는 짧게 말했다.

"25일로 바꾸시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 20여 년 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 누군가의 짧은 한 마디에 그냥 끝나버렸다. 회의실을 나오면서 생각했다. 우리가 관행이라고 불렀던 것들이, 사실은 그냥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것들이었구나.


때마침 코로나가 터졌다. 아무도 대면을 원하지 않았다. 결재판을 들고 이 방 저 방을 뛰어다니던 풍경이 하루아침에 낡은 것이 되었다. 전산화로의 전환을 직원들이 받아들인 건 내가 설득해서가 아니었다. 세상이 먼저 바뀌어버렸기 때문이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수년 전부터 조용히 준비해 온 일이었다. 대표이사의 명을 받아 단계별로 설계해 온 전산화 구조였다. 현업의 구매 견적 요청부터 자금 최종 집행까지, 하드카피 서류가 전혀 없는 정교한 흐름이었다. 3년의 준비가 격변의 시기를 만나 비로소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몇 해 전 봄, 나는 모기업 관계자들 앞에 노트북을 펼쳐놓았다. 수년간 조용히 준비해 온 전산화 프로젝트의 초기 모델이었다. 자금결제 모듈, 채권관리 모듈. 화면을 넘기며 설명했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들의 표정은 읽기 어려웠다.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있었고, 그냥 듣는 사람도 있었다. 확신은 나 혼자였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이 시스템이 언젠가 반드시 증명될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5년이 흘렀다. 그 관계자가 다시 우리 사무실을 찾았다.


화면을 보던 그가 멈췄다. 박수를 쳤다.

"이게 몇 년 전 그 시스템이에요? 정말 대단하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몇 해 전 봄 혼자 노트북을 펼치던 그날이 떠올랐다. 아무도 확신하지 않았던 그날의 나를, 몇 년 후의 그가 조용히 증명해 줬다.


매달 25일이 되면 나는 잠깐 멈춘다.

그날은 장부를 덮는 날이 아니다. 오늘까지의 나를 정직하게 확인하고, 내일의 나를 다시 시작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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