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톱으로 베란다 문을 뜯을 만큼 간절한 민원인

리온이 어느 날 내 큐비클로 찾아왔다. 같은 사무실 같은 팀에서 근무해도 일이 겹치지 않으면 말 한마디 섞지 않는 사이라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부장님이 이거 조사해서 보고하래요. 이 일에 가장 적격 하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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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민원과 관련된 내용을 조사해 보고 하라는 소속 부장으로부터의 업무 지시였다. 엄청난 부담감과 함께 자부심을 느끼며 3일 정도 집중해 보고서를 완성시켰다. 보고서에 대한 나름의 피드백을 원했는데 부장님은 피드백을 주지는 않고 며칠 후 섹션 리더들에게 이메일로 뿌렸다. 그리고 난 이걸로 이 업무는 다 끝난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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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 내 소속 팀이 아닌 다른 팀으로부터 이 보고서와 관련한 미팅에 참석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미팅 전 팀이 대답할 내용을 미리 수정해 주고, 미팅 시간에는 관련 부서 팀이 적극적으로 응대할 계획이었다. 내가 소속한 부서가 담당하는 민원은 뉴욕주 광대한 땅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지방자치단체나 비영리기관과 관련된 일이다. 오늘 미팅에서 만난 지방공무원들은 한국으로 치자면 읍이나 면 단위 소재 공무원이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미팅이 시작되자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컴퓨터 카메라를 켜지 않았지만 지방 공무원들은 모두 카메라를 켰다. 모두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아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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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팅을 주도한 매튜가 질문에 대답을 한참 이어 나가고 있는데, 갑자기 한 할아버지가 벌떡 일어나 열린 베란다 문으로 뛰쳐나가는 개를 따라 나간다. 한참이 지나도 개를 따라 나갔던 할아버지는 카메라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매튜가 계속 대화를 이어 나가던 중 어떤 사람이 갑자기 크게 외친다.

“ 오 저런. 마이크가 지금 베란다에서 문이 잠겨 못 들어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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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카메라를 보니 큰 미닫이처럼 생긴 베란다 문 밖에서 한 남성이 서성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한 시간 정도 길어지던 모임이 거의 다 마무리되어 가던 중 마이크가 전기톱으로 베란다 문을 잘라 열고 서재로 급히 들어온다. 마이크는 곧바로 마이크를 켜서 동료들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을 했는지 확인한다. 한 할아버지가 마이크를 켜고 답변을 받았다고 하자 다행이라고 하자 미팅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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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임이 얼마나 중요했으면 자기 집 베란다 문을 전기톱으로 부숴 가며 미팅에 들어오려고 했을까 생각하니 마이크의 열정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부디 관련 문제가 큰 문제없이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베란다 수리 비용이 비싸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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