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6일 월요일.
간만의 휴일이다.
그리고 우연찮게도 한국 설명절과 겹쳤다.
아침 8시에 눈이 떠졌지만, 다시 잠을 청했다. 9시가 조금 넘어서야 일어나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아침마다 한 시간 반은 화장실에서 옴짝달싹하지 않는 남편은 벌써 변기에서 일어나 면도를 하고 있다.
"이제 일어났어? 지금 몇 시인지 알아?"
늦잠을 잤다고 눈치 주는 남편의 말에 전혀 죄책감 없이 "아홉 시"라고 대답했다. 화장실에는 이상하게도 사과식초 냄새가 가득했다. 찡그리는 내 표정을 읽은 남편 왈,
"아침에 초파리를 봤어."
"뭐, 말도 안 돼. 지금 여름도 아닌데?"
"진짜 봤다니까. 초파리 트랩을 만들어서 여기저기에 놔뒀어."
남편과 대화를 마치고 부엌에 들어가 보니 초파리 트랩을 만들면서 설탕통과 기타 그릇을 꺼내놓고 그대로 놓아 부엌은 초토화 일초 전이었다. 한숨을 쉬며 다 정리하고 지난밤 식사 그릇을 씻으려고 하는데 남편이 부엌으로 들어온다. 콧노래를 부르며 어제 시댁에서 얻어왔던 사과바구니를 옮기려 한다.
"뭐 하는 거야?"
"사과주스 만들려고. 내가 어제 말했잖아."
몇 주 후에 승진 시험을 준비하는 남편은 간만의 휴일에 공부에 매진하기는커녕 사과주스를 만드는 데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내가 하겠다고 하고 남편은 막무가내로 공부하라고 부엌에서 내 보냈다.
사과주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침을 먹는 것이기에, 바로 아침 식사 준비 모드로 들어갔다.
휴일 아침 남편은 항상 프렌치토스트를 먹는다.
계란 한 개를 소량의 우유물에 풀고 계피가루를 조금 넣었다. 계피는 미국 사람들이 정말 많이 먹는다고 한다. 미국인답게 남편도 계피가 들어간 음식을 좋아한다. 예전에는 계피 냄새가 싫었지만, 지금은 하도 계속 맡아서 그런지 그리 나쁘지 않다.
계란물에는 탠저린 오일 한두 방울, 라임 오일 5방울, 바닐라 추출물 1 티스푼을 추가한다. 계란물을 완성시키면 토스트에서 빵이 노릇노릇하게 다 구워진다.
노릇하게 잘 구워진 시나몬(또 계피!) 레이즌 빵 네 조각을 계란물에 담근다.
계란물을 잘 먹은 빵은 잘 달궈진 프라이팬에서 굽는다.
이때 불 조절이 관건이다. 센 불이 아닌 중 약불에서 구워야 타지 않고 노릇노릇한 프렌치토스트가 된다. 프라이팬에서 토스트가 노릇하게 구워지는 동안 난 내 아침인 떡국을 만든다. 한국이 지금 설 명절인 걸 생각하니 이보다 더 완성맞춤인 아침이 없다는 생각이 스친다.
2컵 정도의 물에 가루로 된 치킨스탁 한 스푼과 북어채 조금을 넣고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한 움큼 정도의 냉동 떡국떡을 넣는다.
앗불싸! 떡국 끊이는데 한눈 판 사이 남편 프렌치토스트가 너무 타버렸다. 하지만 남편은 까맣게 탄 프렌치토스트를 맛있게 잘 먹는 사람이라서 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완성된 프렌치토스트를 접시에 담고 빵이 뜨거울 때 바로 남편이 좋아하는 카카오 버터를 뿌린다.
이렇게 프렌치토스트는 완성이 됐고, 남편이 항상 아침에 먹는 오렌지 주스와 집에서 만든 수제 요거트를 꺼낸다.
내 아침인 떡국도 완성됐다.
북어채가 약간 텁텁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음식 사진을 계속 찍어대는 내 모습을 보며 남편왈,
"브런치에 올릴 거면 이거는 꼭 찍어야지."
집에서 만든 수제 요거트가 우리 아침 식사에서 최고의 음식이라며 직접 사진을 찍어 줬다. 냉장고 안에서 하루 정도 물을 빼서 그릭 요거트보다 더 그릭한 요거트다. 요거트 병을 저렇게 세워도 요거트가 흘러나오지 않는다. 요거트를 집에서 만들어 먹은 지 2년 정도 됐다. 그간 우리는 요거트 레시피를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시켰고, 화장실을 잘 못 간다고 불평불만이 많았던 남편은 아침마다 변을 시원하게 잘 본다. (우리 부부의 수제 요거트 관련 글도 언젠가 올려야겠다.)
아침을 먹다 말고 남편은 지난밤에 만들었던 요거트가 벌써 분리가 시작됐다고 법석이다.
우린 요거트를 36시간을 들여 만든다. 아직도 하루 정도 더 기다려야 한다.
==== 미국 공무원 부부가 설날 아침을 세는 방법 2탄은 다음 회에서 계속됩니다===
미국 공무원 부부가 설날 아침을 세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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