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베트남전쟁에서 10개월 전역한 조는 우리 부서에서 두 번째 수장이다(내 직속 상사인 제이슨은 다섯 번째.) 조는 가끔씩 큰 목소리와 두 팔을 휘갈기며 이탈리아로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면 주변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아무도 영어만 쓰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역시 파워가 있어야 자기만의 개성을 맘껏 누릴 수 있는 거다.
조는 벨라와 이야기할 때는 항상 싱글벙글이다. 자기 손녀와 이름도 나이도 비슷한 벨라가 자기 손녀처럼 느껴지나 보다. 항상 우리 사무실에 오면 벨라와 사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웃음 한 바가지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하지만 조는 나와는 이런 사적인 대화를 전혀 하지 않는다. 오로지 업무 이야기뿐이며 업무 이야기도 많이 하지 않는다. 내 직급이 아직 한참 낮기에.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조가 내 큐비클을 찾아왔다. 갑자기 무슨 일인지 매우 궁금했다.
“물어볼 게 있는데, 여기서 일 시작하고 나서 사무실에서 업무 트레이닝을 받은 적 있나요?”
“아니요. 트레이닝받은 적 없는데요 “
“오 정말로? 미안해”
“아니에요 “
"아니, 정말 미안해요."
다음 날, 세 번째 수장인 크리스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매우 차가워졌다. 그전에는 항상 웃으며 인사를 나눴는데 이젠 무뚝뚝한 얼굴로 고개만 까딱이고 말도 하지 않는다.
'무슨 시추에이션?'
크리스는 나의 입사 인터뷰를 했던 사람이라서 나에게 특별한 존재다. 그런 크리스가 갑자기 쌀쌀한 태도로 변한 것을 보고 마음이 상하기보다 한순간 숨이 멈출 만큼 놀랐다.
그다음 날 아침 벨라에게 소곤소곤 그동안 있었던 일을 다 말하고 나서 물어봤다.
“내가 조한테 대답을 잘못한 거 같아? “
“아니 전혀. 사실인데 뭐. 내가 너보다 2주 일찍 시작했지만 우리 트레이닝 같은 거 전혀 안 받았잖아. ”
하지만 크리스의 쌀쌀한 태도는 풀릴 기미가 없다.
다음 날 아침 사무실 부엌에서 우연히 맞주쳤다.
"안녕하세요!"
"안녕"
웃지 않고 무뚝뚝한 대답을 하고는 바로 부엌을 다시 나가 버린다. 그래도 나와 말을 섞어줘서 고마웠다. 크리스의 나에 대한 태도가 바뀐 게 확실해지고 난 후에는 마음에 상처가 났다.
일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나면 축하 기념 선물을 받는다. 물론 퇴직하면 다시 반납해야 하는 물품이다. 저번 주 금요일 벨라는 거의 입사 4개월 차였다. 크리스가 벨라에게 입사 3개월 지난 거 축하한다며 이야기 나누는 것을 들었다. 바로 내 큐비클 앞에서 말이다. 나도 3개월이 지났지만 크리스는 나에게 축하한다는 말은 없다.
남편에게 이런 불편한 마음을 털어놨더니 남편 왈,
“크리스가 아마 일이 많아서 직원들 축하해 주는 일도 늦은 걸 거야. 너도 조금 후에 축하해 줄 거야.”
그래. 기다리자. 시간만이 말해 주겠지….
그래도 상처 난 내 마음은 여전히 아프다.
속상한 나에게 남편은 또 말한다.
"다른 사람 생각을 아는 거 정말 힘들어. 그 사람이 어쩐 때는 너한테 찡그리면서 말하는 게 너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 자신의 문제 때문일 수도 있어."
맞는 말이다.
나도 내 마음을 모르는데, 다른 사람의 태도와 겉모습만으로 그 사람의 생각을 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설령 그 사람이 나를 이유 없이 미워한다고 해도 그건 그 사람의 문제이지 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나를 싫어하고 미워한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 슬프다. 내 마음에 특별했던 사람이어서 더 그런가 보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 없다. 그런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
문제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이유도 없이 태도가 변한 사람. 아마도 내가 좋아할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인가 보다.
내 마음 받을 만한 자격 있는 사람만 좋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