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무원 부부가 설날 아침을 세는 방법 2/2

남편은 프렌치토스트, 난 떡국으로 아침 식사를 끝내기 무섭게

난 곧바로 사과주스 즙을 내러, 남편은 승진시험 공부하러 길을 갈라섰다.


사과는 남편이 좋아하지 않는 타입이다. 시댁에서 일요일 점심을 먹고 오면서 시어머니가 근처 사과 농장에서 산 사과를 주신 거다. 별로 달지 않고 물맛이 난다고 하니 남편은 곧바로 "그럼 주스 만들어서 먹으면 되겠다." 라며 신이 나 시어머니가 사놓은 사과 절반 이상을 봉투에 담았다. 남편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에 창피해하며 시어머니도 먹어둘 것을 남겨두라며 그만 담으라고 하는데 시어머니 왈,


"너희 아는지 모르겠지만, 나 아침에 항상 사과 하나를 먹잖니. 사과가 더 필요하면 가서 또 사면되니까 괜찮아."


눈치 없이 부모님이 가져가라고 하면 생각 없이 다 챙겨 오는 남편을 보면 한숨이 깊어졌지만, 오래간만에 먹는 사과주스에 신이 난 남편이 귀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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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하나씩 일일이 씻는 것도 오래 걸렸지만, 사과가 착즙기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자르는 것이 더 오래 걸렸다. 사과즙을 먹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즙을 내는 데까지는 2시간이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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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남편은 공부하다 말고 부엌에 들어와 "고마워"라고 인사하고 다시 공부하러 간다. 현모양처가 한때 꿈이었고 아직도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지만, '양처'가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주말 아침 항상 남편 프렌치토스트를 만들어 주며 '고맙다'라는 말을 누워서 절 받는 것처럼 받고 살다 보니 진정한 '양처'라고 불리기엔 양심이 많이 찔린다. 하지만 황금 같은 나의 휴일을 남편 사과주스 만드는 데 쓰는 나에게 고맙다고 인정해 주는 남편이 정말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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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작게 토막 내고 착즙기에 하나씩 넣어가며 즙을 짜냈다. 뽀얀 사과 살은 즙으로 나오면서 텁텁한 갈색으로 변했다. 거의 2리터 정도의 사과주스를 얻었다. 즙을 내느라 모든 에너지를 소진해 안타깝게 사과주스 완성사진을 찍지 못했다. 하지만 남편이 찍은 사진이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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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감은 예쁘지 않지만 맛은 일품인 사과주스. 달지 않아 끝맛이 더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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