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부터 남편은 2박 3일 일정으로 출장을 떠난다. 하지만 금요일 밤부터 작정하고 붇기 시작한 목감기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다행히 한국에서 비행기 타고 온 물건이 제때 도착해 남편 목을 살렸다.
일주일 전 엄마가 한국에서 보내 준 물건을 토요일에 받았다. 상자 속에는 고춧가루, 보리차, 말린 작두콩, 말린 무, 김 등 온갖 잡동사니와 이상한 물건이 있었다.
(바닐라 빈 엄청 좋아하는 한 사람 왈) "어! 이거 바닐라 빈이야?"
엄마가 바닐라 빈을 보냈을 리가 없기에 바닐라 빈이 아니라고 단호히 말했지만 나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이었다. 상자와 함께 온 영어로 쓰인 송장을 읽어도 남편은 이게 뭔지 모르겠다고 갸우뚱거린다. 모양새가 도라지 같긴 하지만 나도 확실히 몰라 궁금하다.
그날 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가 전화를 받자마자, 남편 왈,
"엄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엄마는 서투른 남편의 한국말이 재미있어 웃음을 한참 웃다가 겨우 대답한다.
"잉~! 고마운께 잘 묵어!"
엄마를 통해 바닐라 빈처럼 생긴 것이 도라지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설에 언니가 가져온 것을 엄마가 하나 먹고 나머지 전부를 나한테 보낸 거라고. 남편이 목감기에 걸렸다고 하자 엄마는 숨도 안 쉬고 말한다.
"그거 하루에 하나씩 먹으라고 해라. 어째 그 사람은 감기에 그렇게 잘 걸린다냐. 도라지가 목에 좋은 건 게. 밀가루처럼 생긴 거 있제? 그거 도라지 간 거여. 도라지 간 거에다가 청을 넣어 땅게. 그것도 한 숟가락 입에 떠 넣고 물 마시면 돼. 그것도 먹으라고 해라."
목도리를 하고 다니라는 내 잔소리를 전혀 안 듣던 남편이었지만 엄마가 목도리 안 하고 다닌다고 야단 한번 친 후로 매일 목도리를 하고 다니는 사람이다. 엄마 명령이라고 남편에게 이야기하겠다고 하면서 엄마와 전화를 끊었다. 통화가 종료되자마자 남편이 묻는다.
"감기? 감기 이야기 했지?"
"어! 어떻게 알았어? 그거 바닐라 빈처럼 생긴 거 도라지 맞아. 목감기에 좋은 거래. 엄마가 먹으래."
그날 저녁, 남편이 숟가락을 뜨기도 전에 도라지 하나를 먹으라고 내밀었다.
"나 이거 다 먹어야 해?"
"알았어. 절반만 먹어. 절반은 내가 먹을게."
얼굴을 찌푸리며 겨우 질겅질겅 씹어 먹는다.
"음... 갈색설탕 맛 같아."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남편의 목 상태부터 물어본다.
"어제보다는 더 나아졌어. 그래도 아직 아파."
도라지 때문에 목이 나아졌다는 말은 안 하지만, 아침식사 전에는 도라지 한 뿌리를 말도 없이 다 먹는다. 월요일 아침 버펄로로 출장 가기 전 도라지 뿌리 하나를 내밀었다.
"또 먹어야 해?"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