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전환의 시대에서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의 방향을 찾다
유용한 학습 교구 중 ‘나야, 나 거울카드‘라는 것이 있다. 그 카드의 앞면에는 단점, 뒷면에는 이를 강점으로 바꾼 말이 적혀 있다. 내가 고른 카드는 ‘걱정이 많다’였다. 그렇다, 나는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걱정해서 대비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뒷면을 넘겨보았다. ’조심성이 있다.‘ 아, 생각해보니 나는 걱정들을 양분 삼아 계획을 촘촘히 보완했고 이를 통해 상황을 안전하게 통제했으며 높은 과제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처럼 우리는 거울과 같은 양면성을 가진다. 약점으로 생각한 나의 모습이 달리 생각해보면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건, 나의 관점에 따라 대상은 ‘해석’되는 것임을 의미한다. 그리고 넓혀 생각하면, 세상 그 어느 것에도 양면성이 있다. 내가 어떤 관점을 갖고 가느냐에 따라 세상도 달리 해석되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그중 ‘온라인 세상’ 속 양면성 그리고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의 방향에 대해 말하려 한다.
우리는 두 가지 세상에 산다. 하나는 오프라인, 또 하나는 온라인. 발은 오프라인에 붙이고 있지만 손은 핸드폰 위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온라인 안에서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 시간은 언젠가부터 오프라인의 것을 넘어섰다. 그리고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아이들은 이 두 번째 세상과 점점 더 일찍 만나고 있다. 생성형 AI로 과제를 해결하고,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SNS로 소통하며, 놀이터가 아니라 스마트폰 게임 속에서 뛰노는 아이들만 봐도 아이들에게 스마트폰과 함께하는 삶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그 세상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아가고 있을까?
온라인에서는 알고리즘이 ‘눈(eyes)’이 된다. 무엇을 눈에 들일지가 보이지 않은 필터에 의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거르고 걸러져 이미 결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가 관심있는 주제를 클릭하면 연관된 미디어가 연달아 추천되고, 그 데이터베이스가 다른 플랫폼으로 자동 연동되어 내 미디어를 장악한다. 알고리즘은 무섭게도 점점 더 확실해지고 견고해진다. 그리고 그것은 곧 나의 세상으로 굳어지게 된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세계는 나의 표상’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는 실재가 아니라 우리의 인식과 감각을 거쳐 나타난 세계라는 것이다. 이 말에 따르면 우울한 사람은 곳곳에서 비극을, 명랑한 사람은 희극을 보며, 시적인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에게는 풍성하고 아름다운 세계가 보인다. 이를 온라인 세상에 대입하면 알고리즘은 나의 ‘표상을 만들어내는 틀‘이다. 마치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는 것처럼, 다른 시각은 차단된다.
예컨대 10대 청소년이 다이어트나 몸매 관리 영상을 자주 본다면, 알고리즘은 연이어 극단적 다이어트법, 이상적인 몸매 영상, 성형 광고 등을 추천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예쁘다/잘생겼다’의 기준이 하나로 좁혀지고 자기 외모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 와중에 달리 생각해보기는 정말 쉽지 않다. 이면을 들여다볼 틈이 내 알고리즘 속에는 없기 때문이다. 과도한 다이어트가 건강을 망친 사례,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 주는 방법, 세상에는 다양한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같은 것들은 온라인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소외된다. 결국 달리 생각해볼 새 없이 점차 관점이 하나로 굳어져 버리고 만다. 따라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기 위해서는 마치 데미안이 알을 깨고 나오듯 ‘의지적으로 색안경을 벗어야만’ 하는 것이다.
과연 아이들에게 그것이 쉬울까? 미디어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2023년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브레인 롯(Brain Rot)‘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브레인롯은 ‘뇌(Brain)’와 썩는다(Rot)‘라는 단어를 합친 용어로 숏폼 영상을 무한 시청하며 사고가 정체된 상태를 뜻한다. 그리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매년 스마트폰 사용을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운 ’과의존 위험‘ 비율을 조사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청소년(만 10~19세) 10명 중 4명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되었다고 한다.
또한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 뇌가 현실에 둔감해지고 강렬한 자극에만 반응하는 현상)‘ 역시 문제시되고 있다. 사용자 의지와 상관없이 알고리즘에 따라 자극적인 영상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푹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아이들은 속수무책으로 미디어의 힘에 이끌리고, 알고리즘의 공격에 잠식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단순히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제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이들이 미디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면 우리는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온라인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새로운 AI기술을 배우는 것에 급급하기보다는, 흘러넘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그 양면성을 인식하고 정답이 아닌 다양한 관점을 탐색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진정한 이 시대의 과제이다. 이를 위해 좁고 견고한 알고리즘의 감옥에 갇히지 않게, 스스로 질문하며 중심을 잡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의 추천 구조를 이해함으로써 “내가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줄 수 있어야 하며, 의도적으로 다른 키워드를 검색하고 다양한 시각의 콘텐츠를 비교하는 ‘균형 잡힌 시각 훈련(팩트체크)’을 연습시켜야 한다. 이것이 곧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정답이 없는 문제에 있어서는 답을 듣는 것이 재앙이라고 한다. 지금 미디어 세상은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답을 쏟아내며, 알고리즘으로 인해 시야는 단편적으로 좁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세상은 정답이 아니라 나만의 답이 있는 곳이다‘라는 마음으로 스스로 질문하고 다양한 관점을 탐색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양면성을 바라보는 비판적 사고와 균형 잡힌 시각, 그리고 질문 능력이야말로 미래 세대가 온라인 세상에서 길러야 할 핵심 역량이다. 미디어 속 두 번째 세상에서 아이들이 아프거나 다치지 않고, 가치 있게 성장해 나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