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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수 Mar 22. 2021

로드킬은 말이지

누구를 위하여



정신분석학자 허비 클레클리는 1941년 저서 <온전한 정신의 가면>에서 사이코패스를 탁월한 능력을 갖춘 반사회적인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비범하리만큼 매력적이고 위트가 넘치며 절박한 상황에서도 냉정한 얼굴의 가면 뒤에는 부정직하고 교활하며 책임감 없는 사람이 숨어 있다.


망각이라고 하는 목적은 거짓말로 통한다. 완벽한 연기를 통해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다.


인류의 2~3퍼센트 가량이 사이코패스라고 한다. 그녀는 순수 악인인가?


그녀는 어렸을 적 곤충이나 작은 동물들의 학대에서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잠자리를 잡아서 몸통, 머리, 꼬리, 날개 떼어내기를 한다던가,

지렁이 밟기, 달팽이를 잡아서 집과 몸통을 분리하고 달팽이를 꺼내어 밟아죽이기 라던가

고양이를 쓰다듬는 척 하다가 목을 조르거나 하는 행동은 살인 본능의 서막이 시작되는 것일까?

동물의 아픔에 공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동물을 향한 가학 행위를 계속해서 할 수 있는 것이다.


로드킬을 당한 고양이의 죽음을 바라보는 그녀의 사고를 보면


- 아무도 모르게 담을 넘었어.


사뿐히 내려앉았던 몸은 공중으로 솟구쳤어.


허물어진 자동차 쇳소리가 귓가를 맴돌지.


맨발로 다녔던 도시가 쿨렁거렸어


할퀴지 못한 발자국은 먹이를 놓쳤지.


뒤돌아 보지 못한 멍든 새벽길 높았어.


아늑했던 방 새끼들 살내음 피어올랐지.


혀로 서로를 핥았던 몸 위로 수염이 찰랑댔어.


눈물이 흘러내린 얼굴 사이 자꾸만 잠이 오지. 자면 안 된다고 누군가 말을 걸었어.


밤보다 진한 어둠이 내려앉은 사이 엎드려 꿈을 꾸었어.

착지하니 밟은 땅마다 나비가 피어올라 기지개를 켜고 천천히 잔디위를 걷고 있었지





- 바람이 두꺼워지고 있다.


온기가 휘청거려 돌고 돌아 발톱은 부러지고 늑골이 타들어가 모래처럼 부서졌어


걸어온 보폭만큼이 아니기를 입술이 바짝 말라갔지.


뜨거운 물이 정수리에서 밧줄처럼 감겨왔어


쇠비린내 입안에서 맴돌고 바람 한 점 다가와 뺨을 포갰지.


맹렬한 기세로 한번 더 분해되기를 주문했어. 


속도에 사육된 나는 익숙하지 않은 경계에서 꼬리를 내렸어.      


허공으로 날아올랐던 비둘기가 들리지 않고 의심이 많아지면 믿을 수 없는 사람들 투성이고 횡단보도 사이로 엿보는 시선들 비둘기를 넘어 가로질러 걷는 것도 새로운 추월이다.

허기를 건너고 자유를 찾아 허락받지 못했던 날개는 영혼이 모여드는 횡단보도 사이마다 빗장이 채워졌다.

신호등 아래 추모하고 내려앉았던 자리에 피어나는 날개꽃이다. 

숲으로 날아오르고 싶었지만 날아오르지 못한 비행기들이 차 바퀴에 치여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야생에 그대로 묻힌다.


살아가는 속도를 이기지 못해 자신이 풍경으로 지워지는 중이다


영혼이 충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일상을 견디는 곳에서 영혼이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누구인가?

왜 살아야 하고 그녀가 있는 곳은 어디인지? 하찮게만 느껴지는 우주속 먼지와도 같은 존재인데 매일을 아둥바둥대며 살아간다. 그녀는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알고 싶어한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미래에 대하여 불안감과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알고 싶어하면 할수록 미궁으로 빠져드는 기분에 대하여 삶은 바람처럼 한점 미풍으로 다가온다. 어떠한 종류의 바람인지 알지 못하고 현재도 알지 못한다.


그녀는 누군가를 감아야만 사는 운명이다.


독을 품고 또아리를 틀고 있는 뱀처럼.


상대를 향한 연정을 품은 채 . 


연인이라는 모호함 속에서


 남자의 남자에 의한 남자를 위한


 사랑한다는 대명제를 걸고 돈을 추구하고 살인을 쫒아 사냥을 시작하는 마인드 헌터로


그녀는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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