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살인 상상기
『밀린다팡하』에서 정의하는 바 윤회는 “이 세상에서 태어난 사람은 이 세상에서 죽고, 이 세상에서 죽은 자는 저 세상에 태어나며, 저 세상에 태어난 자는 저 세상에서 죽고, 저 세상에서 죽은 자는 다시 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하나의 과일나무에 열린 열매를 먹고 씨를 땅에 심었을 때 다시 나무가 성장해 서 열매를 맺고, 또 그 열매의 씨를 심어 또 새로운 나무가 성장하듯이 윤회의 연속은 끝이 없는 것이라고 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윤회 [samsāra, transmigration, 輪廻](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그녀는 초등학교 시절에 몸이 약했다. 학교 운동장에서 조회를 하는 시간에도 수업 시간에도 잘 쓰러졌다. 갑자기 교실 바닥에 쓰러지고 나면 누워있는 그녀를 다급한 선생님의 목소리와 측은지심이 많은 아무개 친구의 등에 업혀 양호실로 향했다. 원래 그녀는 미주신경성 실신으로 잘쓰러지는 아이였다. 그녀를 이어주는 의식은 자주 끊어졌다. 병원에 입원해 링거를 맞는 동안은 의식이 서서히 돌아오고 링거액은 천천히그녀 혈관을 타고 들어간다. 병실에 입원하면 친구들과 선생님이 병문안 오고 사람들의 온기가 그녀를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우정에 감동받기는 한걸까? 의구심이 든다.
몸은 고통으로 표현한다. 엄마는 엄마이기를 오빠는 오빠이기를 남동생은 남동생이기를.
가족은 그렇게 그녀에게서 뻗어나갔다. 임사체험이라고 웅성거리는 수면위의 일렁임과 사람들의 말소리가 잦아 들어간다. 그녀는 태생이 정신 질환자인가? 악의 화신인가?
이제는 20살 넘은 어른이 되었다.
'아래로 가라앉는 나의 숨소리를 누가 꺼내주지.' 의사와 간호사가 들락날락거리고 응급실은 갑자기 정적이 찾아들었다. 기약없는 중환자실에 누워있다. 바로 옆에서는 시시각각 산사람과 죽은 사람의 침대 바퀴가 들락날락거린다. 엉겨붙은 발자국 소리와 침대를 끄는 바퀴 소리가 정적을 깬다.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공간은 알 수 없다. 누워있는 그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일 까? 날짜도 시간도 모른 채 누워있다. 살아있는 사람의 시간으로 가고 싶었다.
깨어있기 시작한 날이 오늘이다. 오늘부터 다시 날짜를 세기 시작한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던 날들에 대한 시간에 대하여 기억하고 있는 자신이 싫을 때도 있다.
몸은 그렇게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하고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 때문에 시작된 심장의 통증. 그러나 심장은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다른 기관들이 마비가 된 것처럼 온몸에는 통증이 엄습한다. 뇌리속에 남아 있었던 선명한 섬광은 그녀에게 희망을 준 것일까?
희망은 그렇게 서서히 그녀를 비추고 있었다. 기다림은 연속성을 가지고 기다림을 더한다.
끊임없이 기다려야 하는 24시간 속에서 그렇게 기다림을 가지고 그녀는 악의 화신으로 다시 태어난 것일까?
선천적으로 그녀의 자아는 두 개의 세계가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애초에도 윤회를 믿지 않았는데 꿈속에 등장하는 동자승은 무엇일까?
그녀는 신기루에 있는 것처럼 자주 쓰러졌다.
교실의 한가운데 그녀의 의식세계는 블루홀 심연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