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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수 Mar 22. 2021

비록 온 땅이 가린다고 할지라도

- 생명은 운명과 죽음의 사이

그리스 신화에는 운명의 세 여신이 등장한다.

클로토는 양모를 물레에 얹으면서 생명을 결정하고, 라케시스는 클로토가 얹은 실을 자르며 운명을 결정하며,아트로포스는 실을 끊으면서 죽음을 결정한다. 


우리에게 전해지는 신목을 들여다보면

신목은 종교학에서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하늘과 땅을 연결해 주는 신성한 통로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생명은 살아갈 운명과 죽음을 결정 짓는다.

인간이 보기에 장하고 큰 나무는 그 무성한 가지가 하늘로 뻗어 있어 하늘 끝에 닿아 있다고 생각하였다고 한다. 보통 이 나무를 두고 마을 사람들은 ‘위하는 나무’라고 부른다.


이 나무는 동네 어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동네 한가운데에도 있다. 신목의 원형은 단군 신화에 나오는 신단수(神壇樹)라고 전한다. 고대로부터 하늘의 최고신이었던 환인의 아들인 환웅이 땅으로 내려올 때 거쳐 온 통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성한 나무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나무가 동네를 지켜준다고 생각했다.

나무와 돌만 있다면 그것은 가장 간단한 서낭당이고 보통은 여기에 솟대나 장승이 부가된다.


우선 솟대 – 한자로는 신간(神竿) 긴 나무를 세우고 꼭대기에 나무로 만든 새를 붙여 놓은 것이다. 이 솟대 역시 땅과 하늘을 연결해 주는 신성한 사물이다.


그래서 꼭대기에 새를 달아놓은 것이다. 새는 하늘을 날수 있기 때문에 지상에서 인간들의

메시지를 가지고 하늘에 있는 천신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높은 나무에다가 새까지 있으니 하늘에 소식을 전할 채비는 다 갖춘 셈이다.




버닝 가트(Burning Ghat)*        




인도 갠지스 강변에 가면 노천 화장터가 있다


강변에는 시신을 화장하는 희뿌연 연기가 안개 도시처럼 온종일 피어오른다    


강가 문턱에는 장작더미가 산처럼 쌓여있고


고인은 화장을 기다리며 줄지어 서있다


장작이 타는 동안 흙에서부터 흙까지 


석탄 냄새 나무 냄새 소똥 냄새가 습기가 뒤섞인 불꽃과 넘실거린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꽃불들이 붉은 강물 따라 


이승과 저승은 강가에서 돌고 돈다    




나는 바람과 함께 누워있다 


하얀 옷으로 안개를 몰고 오는 그는 수북이 쌓여가는 영혼의 무게 


살아서 이루지 못한 갈증에 입을 다물고 


꺽인 나의 시선은 어딘가에 있을 쿠시나가르** 너머



하얀 강물과 붉은 강물로 이어지는 신의 계시처럼  불꽃이 일렁이고


순서 없는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은 바짝 마른 기다림으로 줄지어 


고인은 뜨거울 법도 하건만 살아있을 때 고통보다는 


참을 만하다고 그저 묵묵히 소리 없는 울음을 운다    


이승과 저승은 선택의 연속이고 갠지스 강변 수평선 바깥에


일렁이는 하얀 노을 사이 풀어지는 바람 한가닥    



나는 강위로 걸어간다        




* 버닝 가트(Burning Ghat) : 화장터가 있는 가트

** 쿠시나가르 : 석가모니가 숨을 거두고 열반에 이르렀다고 알려진 곳으로 

    인도의 4대 성지 가운데 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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