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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수 Jul 08. 2021

므두셀라

-고목 이야기


므두셀라*  


     




이정림    






 

아스팔트 밑에는 고목古木이 산다

오고 가는 사람들 발길에 뒤척인다 

해를 찾아가며 자란 꽃잎

자라지 못하고 시들어갔다

나무 실루엣이 사라진 거리는 

어제의 운세를 믿지 않았다

감출 수 없었던 비밀은 

허기진 쪽으로 기울어졌다 

아이는 진화되지 못하고 

대낮에도 달이 떠다니는 이유를 안다

배양할 수 없는 척박한 땅에서 

농토는 타들어간 가뭄이 흔적으로 

얼굴은 실금이 번져간다

지울 수 없는 기억과 

어렸을 적 설화는 주술이 되었다

검은 봉지 속은 병점이 출렁인다

갈증에 입이 마른 나무는 

삐에로 입술을 탁본한다 

사루비아 피어난다 

항아리 금 사이로

물이 새고 그녀가 젖어간다     

엄마는 므두셀라처럼 두꺼워진다

빼지 못한 시간은 뿌리로 누워 

뒤엉킨 하루가 걸어나온다      





*므두셀라 : 구약성서에 나오는 인물로 에녹의 아들이며 라멕의 아버지요, 노아의 할아버지이다. 성서에 나오는 인물 중 최고령인 969년을 살았다고 한다(창세 5: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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