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 이야기
이정림
아스팔트 밑에는 고목古木이 산다
오고 가는 사람들 발길에 뒤척인다
해를 찾아가며 자란 꽃잎
자라지 못하고 시들어갔다
나무 실루엣이 사라진 거리는
어제의 운세를 믿지 않았다
감출 수 없었던 비밀은
허기진 쪽으로 기울어졌다
아이는 진화되지 못하고
대낮에도 달이 떠다니는 이유를 안다
배양할 수 없는 척박한 땅에서
농토는 타들어간 가뭄이 흔적으로
얼굴은 실금이 번져간다
지울 수 없는 기억과
어렸을 적 설화는 주술이 되었다
검은 봉지 속은 병점이 출렁인다
갈증에 입이 마른 나무는
삐에로 입술을 탁본한다
사루비아 피어난다
항아리 금 사이로
물이 새고 그녀가 젖어간다
엄마는 므두셀라처럼 두꺼워진다
빼지 못한 시간은 뿌리로 누워
뒤엉킨 하루가 걸어나온다
*므두셀라 : 구약성서에 나오는 인물로 에녹의 아들이며 라멕의 아버지요, 노아의 할아버지이다. 성서에 나오는 인물 중 최고령인 969년을 살았다고 한다(창세 5: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