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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수 Nov 02. 2021

토렴

<제5회 아산문학상 은상 수상작>


토렴  





이정림(이연수)





시장통 국밥집은 수증기 꽃이 핀다

아버지 사라진 날에도

국밥의 온도는 식지 않고

김이 자욱했다


솥단지는 노모가 지어놓은 방이다

오늘을 찬밥 위에 쏟아붓는다

솥단지로 스며든 나는

식어가는 체온으로 아버지를 기다린다

부었다 따르기를

따랐다 붓기를


노모의 국자는 솥단지 안에서 식어가던

돌아온 아버지를 걷어들이고

국밥의 체온을 식은 밥위로 쏟아붓는다


아버지가 다시 사라졌다

골목입구와 골목 출구는

찬 밥에 뜨거운 국물로도

아버지를 배어들게 할 수 없었다

국밥의 온도가 식지 않고

수증기로 피어오르면

식어가는 아버지를 뒤로 하고

아직 식지 않은 나를 위해

부었다 따르기를

따랐다 붓기를


온몸의 색이 바랜 아버지의 옷은

도박으로 집을 팔고

가게를 저당잡혔다


시장통 국밥집에서 노모는

수증기를 휘휘 저어

거품을 걷어 내고

나를 걷어들인다

막지 못한 잡내와

삼키지 못한 말을


덥혀 내어놓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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