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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수 Jul 01. 2022

둠벙 설화








둠벙* 설화




이연수(이정림)




논에 가면 도깨비가 만들어 놓은 보물창고가 있대


할머니는 무병장수無病長壽와 재복財福을 위해

용왕님께 치성을 드린대


도깨비는 말 안 듣는 사람과 말 잘 듣는 사람을 골라내

말 안 듣는 사람만 잡아갔대

땅 밑에서 솟아오른 웅덩이는

도깨비 쉼터로


수심水深에 묻혀 있는

물방개와 물장구 식구들이

개구리 울음소리와 계절을 키워간대


요술처럼 도깨비가 들어와

기분이 좋아 해를 담으면

뭉게구름이 자라나고

울적해 달을 담으면

달빛이 자라나고

변덕을 부려 바람을 담으면

물결이 파동을 부르고

슬픔으로 비에 젖어들면

장마의 키가 커지고

기쁨에 하얀 눈을 쌓아가면

얼음이 동동거려

찰랑거리는 생각들을 가지고

절기節氣가 되면 길흉화복을 점친대


할머니는 물에서 태어나

물로 돌아가는 동안

말 안 듣는 사람과 말 잘 듣는 사람을 골라내

말 안 듣는 사람만 잡아간대


그치만,

웅덩이 속 용왕님은

도깨비 변덕을 다스리려고

열기와 냉기를 담아 밀봉중이래


수심水深은 도깨비를 감추고

오늘도 나의 기원을

내어놓는 중이래



*둠벙 : 웅덩이를 의미하는 사투리



▶작품 설명 : 둠벙은 웅덩이를 의미하는 사투리로

논의 물을 대기 위해 지하수나 빗물을 가두어 두는 인공습지다.

그런데 인공습지에는 다양한 생물이 공존한다고 하는데,

함께 둠벙이 지켜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고

생명의 기원에 대해 알고자 한다.


-코로나19, 예술로 기록 사업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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