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연수 Jun 12. 2023

replay



replay






이연수 





  

오랜 시간 기다리셨습니다 고객님

콜센터 숲에는 매일 맹독이 자라납니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나를 들었다 내렸다 합니다

사과드립니다라고 말을 하는 날이면

수화기는 다른 질감과 온도로

불쾌한 말이 쏟아져 흘러나옵니다

콜센터 숲은 매일 맹독을 가진 내가 자라납니다

메아리로 나쁜 포자가

고객님의 말을 따라 퍼져나갑니다

무례한 말로 상처주지 마세요

익숙하지 않아 지나칠 수 없는 말들은

나에게도 거친 말로 스며듭니다 폐를 끼쳤습니다

거칠고 무례하다면 이해를 부탁드리고 그래도

전화주셔서 감사합니다 들리지 않는 말로

저는 죄송할 일이 없습니다 협력해 주세요라고 


고객님에게 불편을 드려 죄송하고

서비스에 불만이 있다면 즉시 화를 푸셨으면 합니다

지금 상담하는 직원은 당신의 가족일 수 있으니 잘 부탁드립니다

콜센터는 매일 무너지지 않으려 했던 소외가

돌아갈 곳 없는 소리 앞에서

숨쉬듯 용서를 비는 내가 싫습니다

부득이하게 괜찮아지고 싶습니다

고객님이 자꾸 무례하시면

나는 치명적인 맹독이 자꾸만 자라납니다 


replay되는 콜센터

친절을 다짐하고 다짐합니다

다시 피어나는 친절은

나를 휘감고




replay 外 1편/ 이연수:시인뉴스 포엠 (poetnews.kr)   

작가의 이전글 시인의 산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