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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수 Jun 1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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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수 





  

오랜 시간 기다리셨습니다 고객님

콜센터 숲에는 매일 맹독이 자라납니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나를 들었다 내렸다 합니다

사과드립니다라고 말을 하는 날이면

수화기는 다른 질감과 온도로

불쾌한 말이 쏟아져 흘러나옵니다

콜센터 숲은 매일 맹독을 가진 내가 자라납니다

메아리로 나쁜 포자가

고객님의 말을 따라 퍼져나갑니다

무례한 말로 상처주지 마세요

익숙하지 않아 지나칠 수 없는 말들은

나에게도 거친 말로 스며듭니다 폐를 끼쳤습니다

거칠고 무례하다면 이해를 부탁드리고 그래도

전화주셔서 감사합니다 들리지 않는 말로

저는 죄송할 일이 없습니다 협력해 주세요라고 


고객님에게 불편을 드려 죄송하고

서비스에 불만이 있다면 즉시 화를 푸셨으면 합니다

지금 상담하는 직원은 당신의 가족일 수 있으니 잘 부탁드립니다

콜센터는 매일 무너지지 않으려 했던 소외가

돌아갈 곳 없는 소리 앞에서

숨쉬듯 용서를 비는 내가 싫습니다

부득이하게 괜찮아지고 싶습니다

고객님이 자꾸 무례하시면

나는 치명적인 맹독이 자꾸만 자라납니다 


replay되는 콜센터

친절을 다짐하고 다짐합니다

다시 피어나는 친절은

나를 휘감고




replay 外 1편/ 이연수:시인뉴스 포엠 (poet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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