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인 벙개, 실패와 성공 사이에서

합정 어딘가에서 만난 출판인들

by 케이

갑작스럽게 출판인 벙개를 sns에 올렸다.

사실 올리고는 약간 후회했다. 누가 나올지 모르는데 괜찮을까?

반응도 별로 없었다. 그나마 스레드에는 응원해 주는 분이 있긴 했지만

인스타는 그냥 잠잠했고, 안 되려나 싶은데

마침 한 분이 디엠을 주셨다.


떨리는 맘으로 열어보니 출판사에서 일하는 분은 아니었고, 이 분야에 관심 있었던 청년(?)이었다.

아마 취준 중이신 것 같은데 출판이라는 분야가 궁금해서 얘기가 듣고 싶다고 했다..

왜 출판을..? 이라고 보낼 뻔했지만 잘 참아내고, 그냥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마치 직장인들이 퇴사를 입에 달고 사는 것처럼

출판인들도 탈출판을 입에 달고 사는 경향이 있다.

우리끼리는 블랙 유머(?)일 수 있으나 그걸 출판 취업을 생각하는 분에게 말하는 건 예의도 아닐 것이다.


그렇게 sns 모객은 실패로 끝났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왜냐하면 어차피 나는 만나기로 한 출판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썸원님의 츤도쿠 모임에서 만난 출판인이었는데 당시에는 자기 소개하다 서로 출판사에서 일한다는 걸 알고 반가워만 했다. 모임 마지막에 서로의 인스타를 공유한 뒤에는 간간이 서로의 게시물에 하트 찍어주고 디엠 수다도 떨다가 드디어 만나기로 약속한 것이다.


그러면서 고민하다 출판인 벙개 공지를 올렸는데, 원래 도서 작업 회고를 해보고 싶었던 것도 있고

만나서 좀 뻘쭘할 수도 있으니 나름 프로그램을 만들자 등 내 나름의 여러 이유가 있었다.

비록 sns 출판인 벙개 모객은 실패해서 아쉬웠지만,

갠적으로는 오히려 아예 모르는 분과 만나는 것보다 한 번이라도 얼굴을 뵌 분 1명만 만나는 게

나도 더 편할 것 같아 한편으로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드디어 벙개 당일.

하필 저자 미팅으로 경기도를 갔다 오느라 에너지가 모두 소모되어 정말 지친 날이었다.

'집에 가고 싶다.. 역시 내가 괜한 짓을 한 걸까?'라는 후회를 하며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렇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만난 에스님!

사실 둘이 제대로 대화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어떻게 이 업계에 오게 되었는지, 그동안 일했던 출판사는 어떤지 등등

내 걱정이 무색하게 대화가 끊이질 않았다.

세상은 넓고 어쩌면 이토록 출판사마다 다를까?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신나게 수다를 떨다가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둘이 대화하는 것도 재밌어서 책 회고는 원하지 않으시면 패스할까 했는데

다행히 그런 눈치는 아니셔서 자연스럽게 카페에서 책 회고도 진행하게 됐다.

회고는 도서 작업의 문제점과 개선점, 잘한 점 순으로 진행됐는데,

여기에는 잘한 점만 기록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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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A: 대형 작가님에게 꾸준히 컨택해서 계약한 책. 정성과 끈기만 있다면 웬만한 저자는 모두 섭외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도서 B: 책 내용이 너무 좋아서 애정을 갖고 편집한 책. 흔치 않아서 기억에 남고, 애정을 갖고 정성 들여 작업한 것이 잘했다고 생각한다.


공통점이라면 둘 다 판매가 안 좋은 책을 가져왔다는 점.

(아픈 자식이 더 정이 가는 걸까..)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했다면 더 독자 반응이 좋지 않았을까 이런 얘기도 나누고,

작업 에피소드도 수다 떨다 보니 무엇보다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책상에 교정보관용 도서를 볼 때마다 좀 마음이 아팠는데, 이제는 잘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여전히 팔리고 있는 책이지만 심적으로)



돌아가는 길

충만한 마음으로 집에 가는 길, 에스님에게서 카톡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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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기분 좋게 만나서 기뻤고, 책 회고가 좋았어서 정기적으로 해볼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참고로 유튭 댓글 캡처는 이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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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은 나를 바닥으로 끌어내렸지만 덕분에 휴직을 할 수 있었고 쉬면서 책 읽는 즐거움을 다시 찾게 됐다.

이제 난 다시 반짝이는 눈으로 책 얘기를 할 수 있게 됐구나.

즐거운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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