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과 완생 사이
[ 미생 ]
(착수) 텅 빈 바둑판은 요염하게 그 위로 폭풍전야의 정적이 흐른다. 외나무다리에 선 승부사들은 묻곤 했다. 그곳 망망대해의 어디에 나의 삶이 존재하는가. 이제 나는 칼을 품고 대해로 나가려 한다. 나는 과연 살아 돌아올 수 있는가. 두 적수는 무심한 눈빛으로 판을 응시한다.
제1회 응씨배 결승5번기 제5국
○백-녜웨이핑 九단(중국) ●흑-조훈현 九단(한국)
열심히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안 해서인 걸로 생각하겠다. 기재가 부족하다거나 운이 없어 매번 반집 차 패배를 기록했다는 의견은 사양이다. 바둑과 알바를 겸한 때문도 아니다. 용돈을 못 주는 부모라서가 아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자리에 누우셔서가 아니다. 그럼 너무 아프니까. 그래서 난 그냥 열심히 하지 않은 편이어야 한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세상으로 나온 거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뿐이다...
신중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타이른다. 그러나 신중이 지나치면 ‘소심’이 되는 법, 그게 항시 두렵다. 허나 어디까지가 신중이고 어디까지가 소심인가. 둘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성공하면 신중이 되고 실패하면 소심이 될 뿐이다
무엇이 용기이고 무엇이 만용인가, 그 둘도 역시 백지 한 장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