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쇠망사를 보며
중국인과 페르시아인에게 부족했던 것은 증기기관 같은 기술적 발명이 아니었다(그거라면 공짜로 베끼거나 사들일 수도 있었다). 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서구에서 여러 세기에 걸쳐 형성되고 성숙한 가치, 신화, 사법기구, 사회 정치적 구조였다. 이런 것들은 빠르게 복사하거나 내면화할 수 없었다.
프랑스와 미국이 재빨리 영국의 발자국을 뒤따랐던 것은 가장 중요한 신화와 사회구조를 이미 영국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국인과 페르시아인은 사회에 관한 생각과 사회의 조작 방식이 달랐던 탓에 그렇게 빨리 따라잡을 수 없었다.
로마의 쇠퇴는 무절제한 팽창의 자연스럽고 필연적인 결과였다. 번영이 쇠퇴의 원칙을 잉태시켰고, 정복이 진행될수록 파멸의 원인도 급격히 증가했다. (중략)
우리는 로마제국이 왜 멸망했는지를 묻는 대신 오히려 어떻게 그토록 오래 지속될 수 있었는지 놀라워해야 할 것이다. (중략)
로마의 쇠망은 흔히 제국의 수도를 옮긴 탓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 이미 밝힌 것처럼 정복의 권력은 이전된 것이 아니라 분할된 것이다. (중략)
내세에서의 행복이 종교의 중요 목적이므로, 그리스도교의 도입이나 적어도 그 오용이 로마 제국의 쇠망에 영향을 끼쳤다고 해도 별로 놀라거나 근거 없는 중상이라고 분개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상의 요정 왕들에겐 세 개의 반지,
돌집의 난쟁이 왕들에겐 일곱 개의 반지,
죽을 운명을 타고난 인간들에겐 아홉 개의 반지,
어둠의 권좌에 앉은 암흑의 군주에겐 절대반지,
어둠만 살아 쉼 쉬는 모르도르에서.
사람들은 왜 이렇게 치명적인 계산 오류를 범했을까? 역사를 통틀어 사람들이 오류를 범하는 이유와 동일한 이유에서였다.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이 가져올 결과를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았다.(중략)
그렇다면 왜 계획이 빗나갔을 때 농경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작은 변화가 축적되어 사회를 바꾸는 데는 여러 세대가 걸리고, 그때쯤이면 자신들이 과거에 다른 방식으로 살았다는 것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중략)
역사의 몇 안 되는 철칙 가운데 하나는 사치품은 필수품이 되고 새로운 의무를 낳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사치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다음에는 의존하기 시작한다. 마침내는 그것 없이 살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슈퍼 히어로는 인류에게 재앙이다. 이런 나의 지론에서 <듄>이 만들어졌다. 설사 진정한 영웅이 있다손 치더라도 결국에는 오류투성이의 사람들이 그를 둘러싸며 권력구조를 장악해버린다. 영웅의 실수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재앙에 빠뜨린다. ‘퀴사츠 해더락’과 같은 초인적인 존재가 인류에게 미치는 힘은 너무나도 거대하고 위험한 신의 영역이다. 한낱 인간 하나가 통제하고 감당할 수 없다."
“저는 일반 사람들보다 더 이상주의자는 아니에요. 제가 하는 말은 인간들이 서로를 정말 사랑해서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만약 인간에게 일말의 제정신이 있다면, 손 놓고 무기력하게 있을 때 초래될 결과를 두려워할 정도의 제정신이 있다면 뭔가를 할 거란 얘기죠. 인류가 살아남는다면 그건 스스로의 노력의 결과라는 겁니다. 뒷짐 지고 앉아서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랄 수는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