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지 않은 것을 기다리며
알 수 없어 괴로워하는 일을
‘번민’이라고 한다.
번민하는 자의 눈은 빛을 잃어 검다.
지나간 것을 떠올리며
잊지 못해 슬퍼하는 일을
‘번뇌’라고 한다.
번뇌하는 자의 눈은 분노로 붉다.
하여, 번민은 검고 번뇌는 붉다.
형체를 갖추지 못한 그 검고 붉은 것이
그토록 사람들을 괴롭히는데,
다시 만나 한 몸이 된다면
이 세상이 어찌 될 것 같으냐?
산 자와 죽은 자 모두가
번뇌와 번민의 사슬에 붙들려
분노하고 절망하여 살아가는 세상.
끝을 알 수 없는 밤의 세상.
그것이 바로 '지옥'이지.
어둠이 깊으면 빛은 더욱 찬란하고
번뇌가 크면 해탈도 큰 법.
생은 무엇이냐?
생은 잠시 피어난 풀싹 같은 것.
꿈이며 환상이며 물거품이며,
그림자 같고 이슬 같고 번개 같은 것.
참으로 허무한 것.
그러나 정해진 운명 속의 허무한 잠시일지라도
모든 것은 그 나름의 의미가 있는 법.
선화야, 이제 그 의미를 찾았으니
슬픈 꿈에서 깰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