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피할 수 있다면 안
비에 젖는다면 밖
비로 나누어진 우산의 경계 안
절정으로 치닫던
비와 우산의 타악 소리가
갑자기 소거되고
선명해지는 차가운 비명
내리는 비에
부서지는 비에
고여있는 비에
신발의 눈물이 흥건하다
나는 우산의 안에
나의 신발은 밖에 있었다
소외된 나의 일부가 가여워
우산의 경계를 허문다
함께 눈물에 젖는다
** ‘그래, 이 정도면 괜찮은 거야! 나쁘지 않아!’라고 자기 최면을 걸면서 돌보지 않고 있는 나의 일부... 하지만 작은 상처가 불치병이 될 수도 있다. 소외받고 있는 나의 일부를 외면하지 않고, 공감하며 스스로 위로할 수 있으려면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