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질곡
<기억>
시간의 질곡을 견뎌온
흔적 선명해지는 잎새 사이로
흩어지는 빛의 파편이
왼 가슴을 찌른 순간
묻혀 있던 기억이
비명을 지른다
시계추의 흔들림에 갇힌 기억은
외면할 수도 떼어 낼 수도 없다
나지막이 수인번호를 세는 소리
시계추가 똑딱똑딱 최면을 걸면
의식은
지난날의 영상 속으로 가라앉는다
기억이 비롯된 작은 샘
산과 들을 지나는 강으로 흐르고
머나먼 바다 되어 펼쳐져도
목이 타는 깊은 밤이면 다시 샘을 찾는다
시간의 질곡은
잊히지 않는 기억의 질곡
해마다 낙엽으로 떨구려는
고행의 나무 속가슴에도
지울 수 없는 주름 한 줄 더 새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