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宣明)함에 대하여

내일은 오늘보다

세상의 채도가 높아졌으면

선명함에 대한 갈증은

사랑과 연민 애착과 집착 허용과 무심

경계에 가까워질수록 심해진다

안개에 부딪쳐 조각나는 빛의 산란

세상은 어둠 속에서만

흐릿한 것이 아니다

조각나는 모든 것들은

제 모습을 선명히 남기지 않는다

어서 잊히기 위해

산등성이를 타고

풍경소리가 내려온다

사그락 대던 숲도 잠시 숨을 멈춘 듯

멀리서도 선명한 울림은

나무 사이사이 틈을 메우고

내 궁근 속도 채운다

선명한 것이

기억이 되고 소원이 된다

내일은 오늘보다

너와 세상의 채도가 높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