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 기대는 사람

by 이타

외로움에 기대는 사람은 그리 슬프지 않다.
진짜 슬픔은 외로움에 빠진 자신을 모르는 데서 시작된다.

우리는 종종 외로움을 나쁜 감정으로만 배운다.

벗어나야 할 상태, 채워야 할 결핍, 극복해야 할 문제처럼.

그래서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

누군가를 찾거나
무언가로 채우거나
혹은 바쁘게 자신을 흩어버린다.

하지만 외로움을 안다는 것은
이미 자신 안에 빈 공간이 있음을 알아차린 상태다.

그 공간은 실패도 아니고 결함도 아니다.
단지, 타인으로도 성취로도 완전히 메워지지 않는
인간의 구조 같은 것이다.

외로움에 기대는 사람은
그 공간을 없애려 하지 않는다.

때로는 그 안에 들어가 앉고
때로는 창문을 열어 바람이 통하게 두며
때로는 그냥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외로움은 그에게 감옥이 아니라
잠시 머무는 대합실이 된다.

반대로, 외로움에 빠졌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은
끊임없이 무언가에 쫓긴다.

설명되지 않는 피로
이유 없는 짜증
채워지지 않는 허기

하지만 그 감정의 이름을 붙이지 못한다.

그래서 그것은
관계의 문제로 보이기도 하고
환경의 문제로 보이기도 하며
세상 전체의 불공정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름 붙여지지 않은 감정은
방향을 갖지 못한다.

외로움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겪는 슬픔은
출구 없는 방 안에서 길을 찾는 것과 같다.

외로움을 인식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절반은 고독이 된다.

고독은 수동적인 빠짐이 아니라
능동적인 머묾이다.

빠져 있는 것과 기대고 있는 것의 차이는
작지만 결정적이다.

빠져 있을 때 우리는 소모되고
기대고 있을 때 우리는 회복된다.

외로움을 아는 사람은
혼자 있어도 길 위에 있다.

외로움을 모르는 사람은
함께 있어도 길을 잃는다.

외로움을 없애려 하기보다
외로움을 알아차리는 것.

어쩌면 그게
덜 슬프게 사는 가장 조용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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