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한 시간
연구선 카이요 마루의 갑판 위는
아직 어두웠다.
새벽 3시.
태평양의 바람이
금속 장비 사이를 스치고 지나가고 있었다.
갑판 중앙에는
거대한 금속 구조물이 서 있었다.
심해 탐사선 아마테라스.
구형 압력선체 위에
센서와 추진기가 달린 구조였다.
길이 9.2미터
무게 27톤
최대 잠수 깊이
11,000미터
지구에서 가장 깊은 해구까지
도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탐사선이었다.
선체 중심에는
직경 2.1미터의 티타늄 압력 구체가 있었다.
그 안이 조종석이었다.
수심 8,000미터에서는
외부 압력이 800기압을 넘어선다.
손톱만 한 균열 하나만 생겨도
탐사선은 종이컵처럼 구겨진다.
그래서 아마테라스의 설계 철학은
단순했다.
절대 고장 나지 않도록 만든다.
하야카와 신지는
그 탐사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03:02:11
그는 다시 확인했다.
03:02:12
그리고 다시.
03:02:13
옆에 서 있던 남자가 말했다.
“박사님.”
하야카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시계를 보고 있었다.
남자가 다시 말했다.
“박사님.”
그제야 하야카와가 고개를 들었다.
“왜요.”
남자는 웃었다.
“지금까지 시계를 열세 번 확인하셨습니다.”
하야카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남자는
탐사선 엔지니어 나카무라 켄타였다.
JAMSTEC에서
심해 장비를 20년 동안 다뤄 온 베테랑.
“긴장되십니까?”
나카무라가 물었다.
“아니요.”
“그럼 왜 그렇게 시계를 보세요?”
하야카와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시간은 정확해야 하니까요.”
나카무라는 웃었다.
“심해에서는 시계보다 압력이 더 중요합니다.”
하야카와가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압력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잠시 침묵.
“하지만 시간은 아닙니다.”
조종석 안에는
세 사람이 타게 되어 있었다.
하야카와 신지
물리학자.
그리고
나카무라 켄타
탐사선 엔지니어.
마지막 한 명은
해양 지질학자였다.
그녀의 이름은
아야세 미나.
서른 초반의 연구자였다.
심해 단층 연구로
최근 주목받고 있었다.
아야세는
태블릿 화면을 보며 말했다.
“문제의 좌표는 일본 해구 남쪽입니다.”
화면에는
해저 지형 지도가 떠 있었다.
“여기.”
그녀가 표시한 곳은
해저 케이블이 지나가는 구간이었다.
“처음 시간 오류가 발견된 위치죠.”
하야카와가 물었다.
“지질 활동은요?”
“최근 지진 기록 없습니다.”
“열수 분출?”
“없습니다.”
그녀는 잠시 멈췄다.
그리고 말했다.
“그래서 이상한 겁니다.”
나카무라가
탐사선 외부를 점검하고 있었다.
“추진기 정상.”
“배터리 정상.”
“생명 유지 시스템 정상.”
아마테라스의 추진 시스템은
전기식 터빈 여섯 개였다.
최대 속도는
시속 5노트.
빠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심해 탐사선에
속도는 중요하지 않았다.
정확한 움직임이 중요했다.
하야카와는
조종석으로 들어갔다.
압력 구체 내부는
생각보다 좁았다.
세 사람이 앉으면
거의 움직일 공간이 없다.
정면에는
세 개의 모니터가 있었다.
왼쪽
탐사 카메라.
가운데
항법 시스템.
오른쪽
환경 센서.
그리고
가장 작은 화면 하나.
시간 기록 장치.
하야카와는
그 화면을 한동안 바라봤다.
아야세가 물었다.
“박사님.”
“왜요.”
“정말 시간 문제가 맞다고 생각하십니까?”
하야카와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그녀가 웃었다.
“솔직하시네요.”
“하지만.”
하야카와가 말했다.
“장비 오류라면 좋겠습니다.”
“왜요?”
그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시간이 실제로 흔들리고 있다면…”
그는 문장을 끝내지 않았다.
갑판 위에서
확성기 소리가 울렸다.
“잠수 준비.”
크레인이 움직였다.
27톤의 탐사선이
천천히 공중으로 올라갔다.
바다가
바로 아래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나카무라가 말했다.
“심해 잠수는 처음이십니까?”
아야세가 대답했다.
“네.”
“곧 익숙해질 겁니다.”
그는 웃었다.
“처음 2천 미터까지는
꽤 아름답거든요.”
03:14
아마테라스가
바다에 닿았다.
물결이
조종석 창을 덮었다.
빛이 흔들렸다.
그리고
잠수 시작.
수심 100미터
햇빛이 아직 남아 있었다.
수심 400미터
빛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수심 900미터
바다는
완전히 어두워졌다.
아마테라스의 조명이
처음 켜졌다.
하야카와는
시계를 확인했다.
03:21:44
그리고
기록 장치를 확인했다.
시간 오차
0.000000초
그는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아직까지는
모든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이 잠수가
단순한 탐사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태평양 아래
어딘가에서
시간이
아주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