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닿지 않는 곳
3화

0.8초

by 이타

수심 1,200미터

아마테라스의 조명이 바다를 가르고 있었다.

두 개의 흰 원이
어둠 속으로 뻗어 나간다.

그리고 그 빛의 끝에서
세상은 갑자기 사라진다.

빛이 닿지 않는 바다는
검은색이 아니다.

그것은 단순히
존재하지 않는 공간처럼 보인다.

조종석 창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위도 없고
아래도 없다.

단지
압력과 물뿐이다.

조종석 안은 좁았다.

세 사람이 숨을 쉴 때마다
공기가 아주 미묘하게 흔들린다.

전기 추진기의 낮은 진동이
좌석을 통해 전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

금속이 압력에 적응하며
짧게 울린다.

수심 1,200미터.

외부 압력은
약 120기압.

손톱만 한 균열 하나만 생겨도
이 탐사선은 종이처럼 찌그러진다.

하야카와 신지는
창 밖을 보지 않았다.

그는 오른쪽 아래 작은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 기록 장치

03:24:11
03:24:12
03:24:13

완벽하다.

숫자는 정확한 간격으로 움직인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숫자를 따라 읽었다.

'시간은 일정하다.'

그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그렇지 않다면
우주는 이미 무너졌을 것이다.'

“수심 1,450미터.”

나카무라가 말했다.

“모든 시스템 정상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늘 침착했다.

마치 사무실에서 장비 점검을 하는 것처럼.

아야세는 카메라 화면을 보고 있었다.

“심해 생물 확인.”

조명 속에서
투명한 생물이 천천히 떠올랐다.

몸 안에서
푸른 빛이 흐르고 있었다.

심해 발광 생물이다.

그 생물은
잠수함을 신경 쓰지 않았다.

천천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하야카와는
그 장면을 보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시계를 보고 있었다.

03:25:02
03:25:03
03:25:04

기록 저장.

'시간은 흐른다.'

'항상 같은 방향으로.'

수심 2,300미터

이제 빛은 완전히 사라졌다.

아마테라스의 조명이
세상을 대신하고 있었다.

빛이 닿는 곳만 존재한다.

그 밖의 바다는
완전히 비어 있다.

하야카와는
시간 로그를 열었다.

그리고

멈췄다.

03:31:17
03:31:18
03:31:18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다시 확인했다.

03:31:17
03:31:18
03:31:18

“…잠깐.”

아야세가 고개를 들었다.

“왜요?”

하야카와는 화면을 가리켰다.

“이거 보세요.”

나카무라가 몸을 기울였다.

“뭐가요?”

“같은 시간이 두 번 기록됐습니다.”

나카무라는 웃었다.

“버그 아닙니까?”

하야카와는 대답하지 않았다.

로그를 확대했다.

그리고 말했다.

“0.8초입니다.”

“뭐가요?”

“시간이
0.8초 멈췄습니다.”

잠시 침묵.

아야세가 물었다.

“그게 문제인가요?”

하야카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시간은 멈추지 않습니다.”

조종석 안이 조금 더 조용해졌다.

나카무라가 시스템 진단을 실행했다.

“장비 오류 없습니다.”

“동기화 문제?”

“없습니다.”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정상입니다.”

하야카와는
다시 로그를 바라봤다.

03:31:17
03:31:18
03:31:18
03:31:19

'0.8초.'

그는 머릿속에서 계산했다.

'GPS 위성 시계 오차
하루 평균 38마이크로초.'

'0.8초는
2만 배다.'

그는 파일을 만들었다.

TIME_ANOMALY_01

수심 3,100미터

탐사선 외부에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길고 느린 그림자였다.

조명 끝에서
순간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아야세가 말했다.

“저거 보셨어요?”

나카무라가 고개를 흔들었다.

“뭐였죠?”

“모르겠어요.”

심해에서는
많은 생물이 이름 없이 지나간다.

그때였다.

틱.

아주 작은 금속 소리.

나카무라가 말했다.

“들으셨습니까?”

하야카와는
시계를 보고 있었다.

03:42:07

그는 로그를 열었다.

그리고

멈췄다.

03:42:07
03:42:05
03:42:06

그는 숨을 들이마셨다.

천천히.

'아니다.'

'이건 장비 오류다.'

다시 확인했다.

03:42:07
03:42:05
03:42:06

시간이

뒤로 갔다.

아야세가 속삭였다.

“박사님…?”

하야카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화면을 계속 보고 있었다.

'시간은 뒤로 흐르지 않는다.'

'그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는 키보드를 두드렸다.

파일 이름을 수정했다.

TIME_ANOMALY_02

그리고
처음으로 창 밖을 바라봤다.

어둠.

끝없는 어둠.

조명이 닿는 곳은
불과 몇 미터뿐이다.

그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시간이 이곳에서 흔들리고 있다면.'

'우리는 지금
미래로 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이미 지나간 시간을
다시 통과하고 있는 걸까.'

아마테라스는
더 깊이 내려갔다.

수심 3,800미터

그리고

태평양의 가장 어두운 곳에서

시간은

아주 미세하게

어긋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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