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감정을 '거름'으로 만드는 법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우리는 현관문 앞에 잠시 멈춰 섭니다.
손에는 어김없이, 오늘 하루 동안 쌓인 음식물 쓰레기봉투가 들려있죠.
시큼한 냄새와 묵직한 무게. 어서 처리해버리고 싶은, 조금은 귀찮고 껄끄러운 의무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 마음속에도, 제때 처리하지 못해 쌓여가는 '감정의 음식물 쓰레기'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의 하루는 수많은 '감정'이라는 음식을 맛보는 것과 같습니다.
기쁨이나 설렘 같은 달콤한 음식은 남김없이 소화시키지만, 모든 음식이 그렇지는 않죠.
상사에게 꾸중을 듣고 미처 삼키지 못한 '서러움' 한 조각
친구의 자랑에 나도 모르게 느껴버린 '질투'라는 낯선 채소
'나중에 생각해야지' 하고 마음 한구석 냉장고에 넣어둔 '불안'이라는 남은 반찬
이런 감정들은 당장 먹기엔 맛이 없고, 어떻게 요리해야 할지도 막막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이 감정들을 마음 한편에 밀어 넣어 버립니다. "별거 아니야" 하고 애써 외면하면서요.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가 그렇듯, 이 감정의 찌꺼기들은 조용히 썩어갑니다. 마음 전체에 '이유 모를 꿉꿉함'이라는 악취를 풍기고, 새로운 긍정적 감정이 들어설 자리를 비좁게 만들죠.
지혜로운 정원사는 썩은 과일 껍질이나 시든 채소 잎을 '쓰레기'라 부르지 않습니다.
그것들을 한데 모아,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가장 귀한 '거름(퇴비)'으로 만들 줄 알죠.
우리 마음의 '감정 찌꺼기'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외면하고 버려야 할 대상이 아니라, 나의 내면을 더 깊고 풍요롭게 만드는 최고의 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1. 꺼내어 바라보기 : "나 오늘 서러웠구나", "질투심을 느꼈네" 하고 마음속 냉장고에 있던 감정들을 꺼내어 그 존재를 인정해주세요. 뚜껑을 열어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2. 햇볕과 바람 쐬어주기 : 꺼내놓은 감정들에게 '자기 이해'라는 햇볕과 '공감'이라는 바람을 쐬어주는 겁니다. "아, 내 노력을 인정받고 싶어서 서러웠구나", "나도 저런 걸 갖고 싶어서 부러웠구나" 하고 감정의 이유를 차분히 들여다봐 주세요.
3. 잘게 부수어 섞어주기 : 그 감정을 느낀 나 자신을 "그럴 수 있어" 하고 다독여주세요. 이 '자기 수용'이라는 삽으로 감정 찌꺼기를 잘게 부수어 마음 밭에 골고루 섞어주는 겁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힘들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친 감정들은 더 이상 악취를 풍기는 쓰레기가 아닙니다. 당신의 마음 밭을 단단하고 비옥하게 만들어, 앞으로 어떤 씨앗이든 틔워낼 수 있는 소중한 자양분이 되어줄 테니까요.
당신의 마음 밭을 가장 풍요롭게 만드는 거름은,
어쩌면 당신이 가장 외면하고 싶었던 바로 그 감정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당신은, 어떤 감정을 꺼내어 따스한 햇볕을 쬐어주고 싶으신가요?
당신의 정원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