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말해 인맥으로 음악을 하기 싫었던 나는 어떻게든 아는 사람을 통하지 않고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구인정보나 다른 사람들 sns에 올라온 오디션공고를 보고 면접에 참가했다. 하지만 번번히 오디션에 떨어졌고 작은 일조차 구하기 쉽지 않았다. 수많은 좌절 끝에 결국 인맥으로 건져진 음악인생은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너도 어쩔수 없지?’
인맥으로 음악하면서 좋았던 점은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고 사회생활만 잘 해내면 얼마든지 쉽게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인맥으로 음악하며 괴로웠던 건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내가 너무도 쉽게 휘둘리게 된 것이다. 굳이 알고 싶지 않은 그들의 가정사를 들어줘야 했으며 유치한 싸움에 편을 들어줘야 했고 원치 않는 술자리에 불려나가야 했다. 그러나 일자리는 보장되는, 그런 것이었다.
나는 홀연히 필드를 떠났다. 말리는 이도 없었고 아쉬워 하는 이도 없었다.
그저 내가 떠난 자리가 어떤이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었을 뿐이다.
이 짧은 필드의 생활은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방향을 잡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