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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뜰 놈 뜬 놈 안뜰 놈

by 디아쏭

졸업한 지 2-3년 정도 되어가자 슬슬 매스컴에 등장하는 선후배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는 후배는 레전드로 불리며 방송을 종횡무진하고 있었다. 여러 방송을 타고 나름 우리 사이에서 유명인이 되어가던 선배와 가끔 이야기를 나누면 자신도 이 필드에서 살아남는 것이 힘들다고 고백했다. 우리는 기독교인이었기에 음악이야기만 나오면 늘 신앙인으로 똘똘 뭉쳐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을 서로 나누곤 했다. 그랬던 선배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니 이 일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는 사이 내 동기는 황금시간대 라디오에 고정게스트가 되었다. 심야 음악프로그램에 게스트로도 나왔고 예능프로그램에서 특히 그들의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자주 삽입되곤 했다. 소문으로만 듣던 그들의 소식을 직접 내 눈으로 귀로 듣는 순간에는 진심으로 축하하고픈 마음과 진심으로 부러운 마음 그리고 진심으로 한심해진 나 자신을 돌아보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우리는 똑같은 학교를 나와서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같은 업계 내에서도 레벨이 나뉜다는 것, 그 자체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럴수록 나의 음악에 더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에 미디레슨도 받아보고 악기를 배우기도 하고 영어공부도 시작했다. 나의 봄은 아직 오지 않은 것뿐이라고 자위하며 내가 버는 월급의 대부분을 나를 위해 투자했다. 여느 20대들이 그러했듯 나에게도 아직은 인생을 바꾸기에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있다고, 그저 실력을 위해 정진하고 좋은 기회가 오면 언젠간 그들처럼 세상에 드러날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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