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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by 디아쏭

미국엔 자유의 나라인 만큼 너무 프리해서 포옹마저 프리로 제공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어딜 가든 청구된 팁을 보면 다시금 마음이 옹졸해지곤 했다. 샌프란시스코를 시작해 뉴욕으로 마무리되는 미국일정 속에서 음악에 대한 나의 생각은 하루하루 손바닥 뒤집기 하듯 변했다. 하루는 음악을 당장에 때려치우고 싶다가도 하루는 음악에 대해 한없이 너그러워지기도 했다. 음악을 하고 싶게 만들던 하루는 정말 좋은 뮤지션들의 길거리 공연을 보게 되었거나 사람들의 여유로운 일상을 바라보며 노래를 만들고 싶을 때뿐이었고 대다수의 날들은 그렇지 않았다. 계속 음악을 하게 되면 따라오게 될 궁핍한 삶과 고단 함들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 찼다. 음악은 고급 취미 정도로 남겨두는 것이 가장 좋다는 어떤 이의 말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두 달여간의 여행이 끝나면 정답이 나올 줄 알았건만 마지막 여행지인 뉴욕일정이 거의 끝나가는 순간에도 나는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결정을 못 했다는 건 굳이 음악을 계속할 이유도 없다는 다른 의미의 결론이기도 했다. 타임스퀘어 한가운데에 놓인 계단에 앉아 화려한 전광판과 스트릿을 가득 메운 인파를 내려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나 홀로 덩그러니 남겨져있는 기분이 들었다. 가본 적은 없지만 우주를 홀로 부유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고독감이 물밀듯 밀려왔다. 나는 누구지? 어떤 존재지? 광활한 우주 한가운데 먼지같이 미미한 존재인 나 자신이 보였다. 그러다 문득 음악을 하는 게 별거인가? 하는 가벼운 생각이 스쳤다. 뭐, 음악 하는 게 그리 복잡한 결정인가? 그냥 하고 살면 안 되나? 쓰나미처럼 거대했던 내 인생일대의 고민이 한순간에 티끌처럼 작게 느껴졌다. 그러나 티끌처럼 작을 것 같던 이 외길 인생도 내 몸의 일부처럼 끌어안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이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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