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돈을 모으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더구나 순수한 음악활동만으로 일정한 수입을 버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고 필드생활마저 떠나고 나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레슨뿐이었다. 레슨을 하다 보니 적성에 잘 맞아 이 일을 오래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학생들은 공연이나 활동 경력이 없는 선생님에게서 수업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학생들의 대학 진학과 뮤지션으로 활동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하기엔 전문대 졸업만으로는 나의 한계가 보였다. 여러모로 봤을 때 나에게 필요한 것은 해외유학이었고 그를 위한 유학 자금이 절실했다.
베트남에 오게 된 건 아는 분의 추천 때문이었다. 현지친구가 베트남 하노이에서 고위층을 상대로 할 만한 고급 바를 차리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전속으로 공연을 할 가수를 찾는다고 했다. 마침 건강도 안 좋고 일도 잘 풀리지 않아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는데 그 일을 꼭 나를 위해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적응이 어려운 것은 음식도 아니요 언어도 아니요 사람도 아닌 날씨뿐이었다. 낮 기온이 40도를 웃도는 뜨거운 날씨 때문에 늘 실내에서만 있었다. 이런 탓에 새벽에 잠시 서늘해진 기운을 틈타 쌀국수를 먹으러 나가곤 했는데 그 맛이 꿀맛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이 고된 노동을 마치고 밤에 순대국밥을 먹을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타지에 나와 사는데 입맛이라도 잘 맞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새삼 노동의 가치를 먹을 거로 빗대고 있자니 모든 것의 끝에는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래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