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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토라 Jul 25. 2022

도쿄에서 이사하기 1. 어디서 살아야 할까?

짝꿍과 2년 가까이 살고 있는 지금의 집.
기치조지 역에서 도보 10분의 약 40년 가까이 된 낡은 주택이다.
보통 일본은 2년 주기로 계약 갱신만 한다면 (보통 월세 한 달 치) 오래 살기 어렵지는 않으나,
40㎡ 2DK인 현재, 살다 보니 짐이 늘어나서 그런지 좀 좁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양가 부모님에게 통보도 했겠다 내년 즈음 혼인신고를 해야지 하던 참이라
새로운 집에서 신혼 분위기를 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어 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낡았지만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줘서 고마워!>


이사는 가기로 했고,

어디서 살지?


사실 우리 커플의 기치조지 생활은 꽤나 만족적이었다.

몇 년째 '도쿄에서 살고 싶은 동네 랭킹' 최상위권 동네 인 '기치조지'

기치조지의 가장 큰 장점은 동네를 벗어나지 않아도 뭐든지 다 있다는 점이다.



역 근처에 커다란 공원이 있어 자연을 느끼고 싶을 땐 공원으로 달려가면 되었고,

커다란 전자상가, 슈퍼, 상점가, 세련된 잡화점, 유명한 맛집 체인점, 디저트 전문점...

거기다 도심부로 가기에 편한 전철 노선...

정말 없는 게 없는 기치조지.


그래서 이사를 가야지, 했을 때 물론 기치조지 역 주변의 매물들을 찾아보았지만,

없다. 정말 정말 없다.


아니, 정확히는

우리의 예산으로 갈 수 있는 매물이 없다...!


살고 싶은 동네 랭킹 최상위권답게,

조금만 넓다 싶으면 금방 월세 20만 엔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라니...!

물론 찾으려고 하면 찾을 수는 있지만,

엄청 낡거나 크기는 커도 1 LDK이거나 역까지 도보 15분 이상은 기본, 버스로 역까지 이동해야 했다.


그렇게 까지 해서 이 동네를 고집해야 할까?


< "기치 조지 만이 살고 싶은 거리입니까?" 기치 조지 이외에 거리를 소개하는 내용. 원작 만화를 리메이크한 드라마도 방영 >

아무리 비싼 도쿄 월세라고 하지만 찾아보면 도쿄도 저렴한 동네 가 있기 마련.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동네는 도쿄 에도가와구에 있는 니시카사이&카사이라는 동네였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사실 나는 니시카사이에 있는 전문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그렇게 낯선 동네는 아니다.

니시카사이와 카사이는 지하철 역으로 한정거장.

일본에서 가장 인도인의 거주율이 높은 동네이다.

IT기업에서 일하기 위해 이주해온 인도인 엔지니어들이

기업들이 모여있는 동네인 오테마치, 가야 바쵸, 니혼바시 등,

환승 없이 갈 수 있는 가까운 동네를 선택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가 많아졌다고...

거기다 전문학교의 숫자도 많아 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다 보니,

집세와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에 끌려 이 동네를 선택했다.

짝꿍과 나의 통근 시간 역시 30분 이내로 해결 가능 한점도!


<니시카사이 라멘 맛집. 라멘 먹을 때만 해도 좋았는데... >


그러나, 마음에 드는 두 군데의 집을 문의하니 두 군데다 나의 국적으로 인해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

아니.. ㅋㅋㅋㅋ 외국인이 이렇게 많은 동네에서 제가 안된다니요...?

일본인과의 동거이고 계약은 어차피 짝꿍 이름으로 할 텐데 그래도 안되냐고 물었더니

부동산 직원이 지금 선택하신 매물이 다 집주인이 나이 드신 분들인데

가끔 나이 드신 분들 중에 편견을 가지신 분들이 많다고

죄송하다며 더 좋은 매물을 찾아드린다고 엄청 미안해했다.


아니 전문학교 시절에 내 친구 이 동네 살았다고.... ㅠㅠ

게다가 이사 갈려고 하는 매물들이 학생이나 직장인 한 사람이 거주하려는 목적인 매물이 아니라

패밀리 타입에 월세 가격도 낮지 않기 때문에 심사할 때 외국인 입주 여부를 따지는 곳이 꽤 많다고...

그런데 사실 이런 일들은 예전부터 집 구하는 과정에서 비일비재 한일이고

집주인이 그렇다는데 부동산 직원분께 따져봤자 소용기없기에 아쉽지만 다른 매물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집 없는 내가 죄인이지!


짝꿍 역시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동네에 이사 가고 싶던 열정이 사그라들어버렸다.

그래서 다시 동네 정하기는 원점으로,

그다음으로 찾아본 동네는

에도가와구처럼 상대적으로 저렴한 동네 이타바시구였다.

<이타바시구 캐릭터 링링 쨩 출처: https://yurucaharamascot.com/rinrin>

이타바시구 역시 역에 따라 저렴한 매물을 찾을 수 있는 동네로서

번화가인 이케부쿠로까지의 액세스가 나쁘지 않다.

단점이라고 하자면 좀 심심한 동네...?

인구가 많다 보니 치안이 별로 좋지 않다는 이미지도 살짝 있는 듯.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출퇴근이 다소 불편한 전철 노선이라는 점.

(짝꿍의 회사는 가까웠지만...)

동네보다는 마음에 드는 매물이 있어 이 동네를 선택했다.

<음... 실제로 보니 나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맘에 쏙 들지도 않아!>


매물 자체는 인터넷에서 올라온 사진과 거의 흡사했기에 상상했던 그대로였지만,

뭔가 확 맘에 들지는 않는 느낌...?

거기다 역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였는데 실제로 걸어보니

주변이 엄청 조용하고 아~~ 무 것도 없어 매일 걸어야 할 이 길이 심심하게만 느껴졌다.

그냥 걷고 걷다 보면 주택 또 주택이다.

짝꿍은 집이 꽤 마음에 드는 모양.

나는 굳이 점수를 매기자면 65점 정도...?

게다가 전체 비용 역시 우리가 최대로 잡았을 때 예산이라 그다지 저렴하지 않다는 점이 감점 요인이었다.


둘이서 살 텐데 둘 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것도 그거대로 아니다 싶어 이타바시구를 포기하고

다른 동네를 또 고르다 보니 드디어 내 맘에 쏙 드는 동네를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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