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갈등. 그것은 어쩌면..당신의 무기.

by 정자까야

겨울씨. 새해 복 많이 받아요.


여름씨도요. 올해는 말의 해, 그것도 명마 중의 명마, 적토마의 해라는데..여름씨, 올 한 해 적토마를 탄 것처럼 하는 일 모두 쾌속 질주 하시길요.


아..전 한 줄로 끝냈는데..그리 멋진 말로 받으시면..(웃음)


차 값은 여름씨 몫이라는거죠. (웃음)


여름은 엄지와 검지를 모아 오케이 사인을 내고 커피를 한 잔 마셨다.


겨울씨. 새해고 하니..앞날에 대해 버킷리스트 작성하고 하셨나요? 혹시 미래에 대해 생각해봤나요?


한동안 열심히 계획도 세우고 했는데 이즘은 잘..나이 탓 하고 싶진 않고..그냥 게을러졌나 봐요. (웃음)


(웃음) 우린 다 보통 사람들이니까요.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할 수 있으면 위인이죠.


(웃음) 다행이에요. 여름씨가 보통 사람이라..


겨울씨. 근데 그거 알아요? 우리가 만약, 신의 가호가 함께하여 부부의 연을 맺는다면..겨울씨는 제게 보통 이상의 노력을 원할거고..저도 겨울씨에게 똑같을 겁니다.


보통 이상의 노력이요? 어떤?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노력해 달라는거죠. 직장에서나 가정에서. 자기개발 열심히 해서 회사에서도 인정받는 사람이 되라고..아이들과 본인을 위해 더 좋은 아빠, 더 멋진 남편이 되라고..때론 직언으로 때론 우회하여..메세지를 보낼 겁니다.


설마요..전..그런 사람 되고 싶지 않아요. 그럴 거면 왜 결혼해요. 서로가 서로를 구속한다면..


아이러니하지만 우린 보통 사람이니까요. 보통의 사람들은 그렇게 살죠. 처음엔 아니었죠. 아니 어쩌면 처음에도 그랬지만 정도가 약하고..상대가 그걸 포용할만큼 애정이 두텨웠을 수도 있죠.


겨울씨는 그런거 안느껴요? 회사 분들과 얘기하다보면..힘겨워들 하시죠. 배우자와의 트러블..자녀와의 갈등..때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부모와의 오랜 감정싸움까지..


맞아요. 다들 하나씩 갖고 있죠. 그건..돈이 많든 적든 회사에서 인정받든 그렇지 않든..그런 것 같아요. 겨울은 회사 동료들을 떠올리며 말을 받았다.


네..그래서 전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갈등은 피할 수 없다고. 천사같은 겨울씨도 변할 수 있다고..아니 더 정확히는 겨울씨가 변하는게 아니라 겨울씨를 대하는 제가 변할 수 있다고..


슬퍼요..


겨울은 진심으로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근데..


여름은 살짝 웃으며 겨울을 안심시켰다.


그렇게 비관적일 것만은 아닌게..그게 오히려 저 자신과 가족을 지킬 수 있는 무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더군요.


무슨...?


저희 팀장님을 떠올려봤어요. 40대 중반. 언제가 실현될 저의 미래기도 하죠. 기혼에 아이 둘. 회사에서는 중간 관리자. 우리 팀장님 좋은 분이죠. 인격적으로 큰 하자 없고..


근데 항상 애들 때문에 고민이세요. 말 안듣기 시작하는 중학생들이죠. 배우자도 애들 편이라고..집에 아군은 없고..강아지라도 키워야 하나 농반진반이시고..


네..웃픈 상황이네요. 지극히 보통의 가정이죠?

(웃음)


그럼요. 지극히 평범한..제 3자 입장에선..팀장님 본인 입장에선 결코 평범하지 않은.


여름은 말을 이었다.


근데 옆에서 보는 제 입장은 뭐나면..팀장님은 윗분들에게 결코 싫은 소리 안하죠. 이즘은 상호평가 때문인지 윗분들도 팀장님한테 직접적으로 싫은 소리 안하시는 거 같고..혹 아쉬운 소리 들어도 팀장님이 바로 수용하니..


조직이란게..팀원들한테 싫은 소리 들을 가능성은 별로 없고..유투브 알고리즘은 팀장님 좋아하는 영상만 무한 반복해 보여주고..


이쯤되면 팀장님이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죠.


겨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일리 있는 얘기.


그럼 팀장님을 제어할 수 있는 존재는 누굴까요? 바로 사춘기 아들 딸. 옆에서 잔소리하는 배우자죠. 옳고 그름을 떠나..적어도 팀장님이 폭주하지 않도록 브레이크를 계속 거는거죠. 아이들이 문제일 수 있어요. 네..충분히..애들이 진짜 문제고 팀장님이 지극히 정상일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갈등은 순기능이 있다..그런 생각입니다. 팀장님은 삶을 고민할테고 아이들과 본인의 관계에 대해 반추할거고..뭐가 문젠지, 어떻게 살 것인지..고뇌하고 스트레스받고..그러면서 관계는 조정되고..어쩌면 그게 없었다면 발생했을 수도 있는 본인의 독단과 폭주는 제어가 되는..


아이들과 배우자의 변신은 무죄군요..


겨울은 미소를 머금고 읊조렸다.


팀장님의 변신도요..


여름은 겨울을 보며 덧붙였다.


새해를 맞아 미래를 그려봤고..천운으로 우리가 함께하는 미래가 있다 해도..영원한 사랑 대신 상대가 변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그것을 탓하기보단 그것이 지극히 보통의 삶임을, 결코 자신에게만 일어난 비극이 아님을 받아들이고..어쩌면 그로 인해 발생한 고통과 번뇌가 그것이 없었다면 발생할 수 있었던 더 큰 좌절과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무기였음을 깨닫는 것..그건..여름씨의 대단한 혜안이네요. 불가에서 말하는 일체유심조..같네요. (웃음)


과찬이십니다..(웃음)


겨울은 기지개를 키며 말했다.


나가요. 우리. 새해인데 머리로만 깨치면 뭐해요. 몸에도 새해의 기운을 넣어줘야죠. 여름씨 운동 부족이면 곤란하다구요.


오..벌써 실천하시는군요. 잔소리..(웃음)


무죄라면서요..(웃음)


암요..여부가 있겠습니까. (웃음)


새해가 밝았다. 어제까지 무슨 일이 있었든.. 잊자. 그리 생각하며..여름은 카페의 문을 힘차게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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