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입니다!

by 정자까야

여름이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검색을 하는 사이 세 친구는 번외로 술 병 돌리기 게임을 하며 자기들끼리 난리가 났다. 너 걸렸다고, 자기 아니라고, 각도를 보라며 서로들 웃고 떠들었다. 셋을 물끄러미 보던 여름은 갑자기 소리쳤다. 찾았어요!

겨울과 친구들은 웃음을 멈추고 여름을 돌아보았다. 방탈출 어때요? 인근에 있네요. 여름은 마치 좀전에 방을 탈출한 사람마냥 기쁘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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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은 게임을 설명해주는 직원 앞에 일렬로 도열했다. 평균 연령 30대 중반. 주말 대낮에 모두 정작 차림. 직원도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었다.

저..혹시 이 게임 해 보신 분 있나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직원은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계속 설명을 했다.

그러니까 추리해서 한시간 안에 방을 나오면 성공이라 이거죠? 근데 굳이 그런 게임을 왜 하지? 미희가 도통 흥미없다는 듯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얘는. 그러니까 게임이지. 너 핸드폰으로 게임 안해봤어? 경희가 핀잔을 줬다.

단순히 성공하는 거 말고 다른 인센티브가 있음 승부욕이 더 일것 같은데..경희가 말하자 직원이 다른 요금표를 보여줬다.

초심자들이라 말씀 안드렸는데 이런 요금제도 있어요. 넷은 옹기종기 모여 내용을 확인했다.

오..그러니까 그냥 하면 인당 2만원인데 인센티브 요금제는 참가비 10만원인 반면 성공하면 반을 돌려준다? 괜찮은데?

경희는 무조건 이걸로 하자며 팔을 걷어부쳤고 겨울도 재미있겠다며 5만원 타면 맥주 한 잔 하자고 거들었다.

얘들아. 정신차려. 이거 20대 애들도 못풀어서 포기하고 나온다고. 무슨 수로 성공한다는 거야? 그리고 정겨울. 이즘 넷이 맥주마시면 5만원이면 된다니? 그런 맥주 나 좀 사줘라.

미희의 핀잔에 겨울은, 보태자는 거지 뭐..혼잣말처럼 말하고 웃었다.

어떻게 할까요, 미스터 김? 경희가 물었고 겨울과 미희가 여름을 쳐다봤다. 아까부터 눈치를 보던 여름은 헛기침을 하더니

의욕은 좋으나 어렵지 않을까요..라고 대답했다. 미희가 올커니 박수를 쳤고 겨울은 원망스런 눈빛을 보냈다.

낭만파 작가님이 왜 이러실까. 인생 모 아니면 도..아니었어요? 경희는 여름을 흘겨보며 직원에게 인센티브 요금제로 가겠다고 말했다. 겨울은 경희를 붙잡고 웃었고 미희는 이런게 어딨냐며 항의했다. 여름은 어차피 결말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슬쩍 허공을 보며 웃었다.

안대를 차고 직원의 안내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도움 찬스는 세 번이라는 말을 남기며 직원은 방을 나갔다. 안대를 벗자 으스스한 분위기의 방이 나타났다. 취조실을 연상시키는 책상과 조명. 모두 책상 위의 문자를 보고 있었다.

BIB = ?

빕? 미희가 알파벳을 읽었다. 겨울은 다음 방문에 걸린 자물쇠를 보며 숫자로 5개인데? 외쳤고 모두들 숫자? 라며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경희는 겨울에게 다가갔다. 무엇인가를 입력하더니 거짓말처럼 문이 열렸다.

와 뭐야 뭐야..겨울이 감탄하니 경희는, 니들 참 걱정된다. 이래서 5만원 받겠어? 라며 다음 문제로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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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문제를 경희와 겨울이 풀고 있었다. 여름은 뒤에서 끙끙대기만 할 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미희는 엉뚱한 것만 찾고 있었다.

미희야 뭐해? 거기 소품이니 뜯지 말라고 써 있잖아? 문제가 풀리지 않자 경희의 음성이 날이 섰다. 무슨 소리야. 이런데 결정적인 힌트가 있는거 몰라? 미희도 지지 않고 맞섰다. 뭔가 영웅적인 걸 하나 해내겠다는 듯이. 겨울은 조용히 서서 생각을 하다가

이거 같은데? 라며 숫자와 알파벳이 혼합된 자물쇠에 무엇인가를 입력했다. 순간 문이 열리고 경희는 너무 좋아 겨울과 얼싸안고 빙빙 돌았다.

탈출한거지? 경희는 외쳤으나 이내 사색이 됐다. 아니야? 하나 더 남았어? 어휴..겨울아. 시간 얼마나 남았어? 5분? 우리 찬스 다 썼지? 큰일이네..

마지막 문제.

색이 다른 도형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경희는 발을 구르고 미희는 손톱을 물어뜯었다. 겨울은 미간을 찌뿌린 채 도형과 여름을 번갈아보았다. 여름은 겨울의 따가운 시선을 느꼈는지 나지막한 소리로

마지막 관문이라 어렵겠구나 생각하면 그게 오히려 함정일 수 있어요. 일단 색깔별로 맞춰볼까요..


여름의 말에 겨울은 고개를 돌려 여름을 보았다. 여름은 이미 겨울을 보고 있었다. 어수선하고 긴박한 상황이었다. 겨울은 그 순간 다른 세상에 있는 듯했다. 눈이 마주친 그 시간은 남은 5분을 다 채울듯이 길게 느껴졌다.

겨울이 여름의 말대로 색깔별로 도형을 연결하니 숫자가 몇 개 드러났다.

3 3 1 1 1

자물쇠..영어였지? 경희가 물었고 겨울은 무엇인가 깨달은 양 달려가 자물쇠에 알파벳을 입력했다. 문이 열렸다. 1분 10초를 남기고.

미희가 제일 좋아했다. 감격해서 울 듯한 표정의 두 친구를 감싸안으며 미희는 펄쩍펄쩍 뛰었다. 여름은 뒤에서 세 친구를 보며 웃었다. 다행이었다. 혹여 실패라도 했으면, 아무리 게임이라도 기분이 좋을 리 없었으리라. 아울러 이 인연은 신이 허락하지 않았다는 이상한 신호로 해석되버릴 여지도 있었다. 인간은 항상 무엇인가 그럴듯한 이유를 찾는 본성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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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기분 좋다. 아니 성공했으니 망정이지 두 사람..처음부터 어렵다느니 포기하자느니 하더니 본 게임에서도 협조 안하기로 마음 먹은 거에요? 응? 미희야..너 혼자 무간도 찍드라. 이중스파이야? 왜 이상한 단서 타령하면서 사람 헷갈리게 해? 웃지 말아요. 여름씨. 본인도 할 말 없잖아요. 도대체 뭐한 거에요? 팔짱끼고 구경이나 하고..

여름은 머쓱해져서 조용히 변명했다. 아니..구경은 아니고 고심했던건데..

됐어요. 건배나 해요. 경희는 웃으며 잔을 들었고 모두들 기분 좋게 맥주를 넘겼다.

확실히..

미희가 운을 뗐다. 모두가 말이 없자 말을 이었다.

확실히 밖에서 만나 얼굴 맞대고 커피 한 잔 하고.. 작은 공간에서 옹기종기 브레인스토밍 하다보니..나 무슨 유치원 놀러 온 것처럼 들떴어. 여름씨랑 구면이었어도 첨엔 좀 어색했는데 지금은 마치 오래된 친구 만난 기분이거든. 신기하네..

그래. 그 설계자가 누구였지? 경희가 의기양양해져서 말했다. 겨울은 뭐가 그리 좋은지 웃기 바빴다.

아니 그래서..이 분위기 어쩔거야? 그건 좋은데 여름씨에 대한 우리 심사위원단의 평가는? 그런걸 할 수가 없는 분위긴데? 그냥 술 마시고 싶어. 같이 있으니 좋고 재미있어서 평가가 제대로 안되네..

미희가 울상이 되어 말하자 경희는 별 걱정을 다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방금 말했잖아. 그거 말고 다른 평가가 뭐가 있겠어. 축하해요. 여름씨. 합격했어요.

여름은 환하게 웃으며

저 오늘 되는 날이네요. 게임 통과하고 면접 통과하고..

근데 함정은 이 면접에서 아직 탈락한 지원자가 없다는 거에요. 미희가 초 치는 말을 하자 경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알고 있고 당연해요. 모두 훌륭한 경쟁자들이잖아요.. 전 오늘의 결과에 만족합니다. 이제 공은 다시 저 쪽으로 넘어갔어요.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순서가..오히려 제가 버틸수록 긴장되는 건 나머지 후보들일겁니다.

역시..자신감 좋아요. 경희가 큰 소리로 말하자 미희는 인상을 쓰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왜? 경희가 아랑곳 않고 다시 큰소리로 말하자 미희도 큰 소리로 받아쳤다. 기집애야. 내가 신청한 곡 나오잖아.

아..그제서야 일행은 흘러나오는 노래를 인식했다. 이곳은 손님이 종이에 신청곡을 적어내면 곡을 틀어주는 뮤직펍이었다. 건너뛰는 곡이 있는데 DJ 맘대로여서는 아니고 음반이 없는 경우인 것 같았다. 넷은 술이 오기 전에 각자의 종이에 곡 두어개를 적어 카운트에 주고 왔다. 로또처럼 자신의 선택이 다시 선택되길 기대하면서.

오늘 여름씨 선택이 탁월했어요. 경희가 설계자인 건 맞지만 총론에서인거고..각론이 받혀주지 않았다면 빛이 바랬겠죠. 넷이 단합할 수 있게 그런 게임을 골랐고 아무것도 안하는 것 같았지만 (웃음) 마지막엔 결정적인 힌트도 흘렸잖아요. 여름씨는 시쳇말로 츤데레 느낌도 나요. 누가 뭐래도 최고의 데이트 상대 맞아요. 가끔은..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싶을 정도에요..

겨울의 갑작스런 칭찬에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너 웬일이니? 가을씨, 봄이일 때 일언반구 없더니..너 무슨 편파중계하니? 경희는 웃으며 쏘아붙였고 미희는 별 꼴 다 보겠다며 나도 그 최고의 데이트 상대랑 데이트 해보고 싶다고, 하루만 양보해달라고 비꼬았다. 모두 기분이 좋아보였다. 여름은 경희에게 감사했다. 그녀는 진정 이 큰 그림을 이끈 설계자였다.

어? 이 음악 누가 적어낸거야? 미희가 물었다. 나 이 곡 진짜 좋아하는데..슬의생 OST였지?

그랬나? 원곡은 누가 불렀었지? 나도 이 노래 좋아해. 근데 왠지 나 이 곡 누가 적었는지 알 것 같은데? 경희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머금으며 여름을 쳐다보았다. 여름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인정하진 않았지만 멋쩍은 건배 제의로 범인임을 자백해서 일행은 한껏 웃었다.

헤어짐마저 왁자지껄했다. 지나가는 행인이 뒤돌아볼 정도로 모두들 기분이 업되어 돌아갔다. 주인은 이 떠들석한 일행이 쓸고 지나간 자리를 정리하며 신청곡이 적힌 종이도 한데 모았다. 같은 곡이 적힌 두 장의 종이가 사이좋게 포개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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