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시켜 드릴까요?

by 정자까야

겨울아 모레 저녁에 시간 있어?

한참 야근 중인 겨울에게 전화를 걸어 묻는 미희.

모레? 목요일? 잠깐만..음..특별한 약속은 없고..그 날도 일하다 가려 했는데..왜? 무슨 일 있어?

얘는. 우리끼리 뭔 일 있어야 밥 먹니? 그냥 보는 거지..그리고 넌 어떻게 맨날 야근이냐..돈 많이 주면 뭐해? 사람이 살고 봐야지..

어떻게든 시간 내볼게. 뭐 먹으려고? 겨울은 웃으며 말했다.

실은 우리 대학 후배 있잖아. 은영이라고.

은영이? 아..최은영? 은영이가 왜? 어떻게 지낸데? 어떻게 연락된거야?

겨울아. 질문을 하나씩 해줄래? (웃음) 나 점심 시간에 밥 먹고 있는데 우연히 만났어. 서로 깜놀해서..연락처 주고 받고..암튼. 자세한 건 만나 얘기하고..은영이가 너 보고 싶다고 해서 모레 만나자고 한 거야.

아..그렇구나. 알았어. 미희야. 장소랑 정해지면 알려줘. 응? 뭐라고? 은영이가 여름씨랑 같은 회사 같다고? 아..신기하네. 알았어. 그래.

전화를 끊으며 겨울은 은영이를 떠올렸다. 아마..봄이와 입학 동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캠퍼스 벤치에서 책을 읽는 모습이 눈에 띄곤 했다. 차분하고 수줍음 많던 후배였다. 여름과 같은 회사라니..세상 참 좁다는 생각을 하며 겨울은 노트북을 다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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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영아. 넌 어떻게 방부제 피부니? 얘가 늙질 않네..

미희는 만나자마자 후배의 얼굴이며 손을 만지며 농담을 했다.

은영은 얼굴을 붉히며 웃었다.

선배님들도 그대로시네요. 여전히 고우시고..너무 예쁘시고. 후배의 화답에 모두 웃었다.

뭐. 나도 어디 가면 이십대냐고 가끔 듣는데..겨울이랑 붙어다니니 내 미모가 빛이 안나. 겨울이 외모는 거의 사기급이지..

미희는 불평을 늘어놓으며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했다. 한 번에 두 가지 이상의 일을 잘도 하는 미희를 보며 겨울은 그저 웃었다.

셋은 저녁을 먹으며 그간의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미희와 겨울이 졸업한 뒤 은영의 대학 생활. 취업하고 사는 얘기. 업무 고충. 대학 동기 얘기. 간혹 봄이와 관련된 얘기도 있었다.

봄이랑은 연락하고 지내? 겨울이 물었다.

봄이 오빠요? 자주는 아니어도..동기 단톡방이 있어서..거기서 간혹 안부 듣고..아..그리고 최근 유투브 나와서..은영은 말하다 말고 입을 막고 놀란 표정으로 겨울을 봤다.

아..선배. 후배들 사이에서 봄이 오빠 인터뷰 때문에 난리였는데..듣기론 오빠가 겨울 선배 쫓아다닌다고..(웃음)

말도 마. 안그래도 봄이 며칠 전에 서희 결혼식장에서 봤었어. 아..은영이 너 서희라고 아니? 연극부..몰라? 암튼 그래서 뭐라고 하긴 했는데..그 녀석은 앞뒤 안가리고 일을 저질러서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한다니까. 사귀는 사이라고 소문 안나서 그나마 다행이네...

미희는 자기 일 마냥 열을 내며 말했다.

네..사귀는 건 아니고..그냥 일방적인 거라고..동기들은 봄이 오빠도 어디 가서 빠지는 사람 아니지만..그래도 겨울 선배 사귀기는 어렵지 않겠냐고..(웃음)

친구들이 그런 얘길 해? 미희는 궁금해서 물었다. 겨울은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네..겨울 언니는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여신급이라..대학 다닐 때도 언젠가 데뷔할지도 모르니 미리 사인 받아 놓자는 우스개소리도 자주 했어요. 우리에겐 뭐랄까..약간 아우라가 느껴졌어요. 고고한 한 마리의 학 같은.

미희는 겨울에게 오늘 저녁은 네가 사라며 웃었다. 겨울은 은영과 미희를 보며 일전에 먼저 둘이 봤을 때 짰던 시나리오 아니냐며 농을 했다. 은영은 추호의 거짓도 없다며 웃었다. 셋이 밀린 얘기로 삼매경에 빠진 사이 식사는 마무리됐다. 겨울의 제안으로 카페로 자리를 옮긴 세 사람.

할 얘기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네. 1박 2일 토크해야 하는 거 아냐? 미희가 너스레를 떨었다.

아참. 은영아. 너 공사 다닌다며? 겨울이 갑자기 생각난 듯이 물었다. 미희가 얘기하길래 그런가보다 했는데 예전 기억엔 너 통신회사 들어간 걸로 알고 있거든. 전직한거야?

아..네 언니. 맞아요. 통신사 다니다 전직했어요. 원래 적성이 그쪽이기도 했고. 전직한지 일년 갓 지났나 그래요. 완전 새내기에요. 그래서 일전에 봄이 오빠가 자기 회사랑 저희 회사가 콜라보하는 게 있다고 뭘 물어보는데 아는 게 없어서 거의 도움이 안됐어요. 봄이 오빠가 다시 통신회사나 다니라고 핀잔줘서 얼마나 무안했는지. (웃음)

겨울은 며칠 전 봄이가 얘기한 여름과의 만남을 떠올렸다. 모든 것이 이렇게 맞아떨어지는구나 신기해하면서.

일년밖에 안됐는데 모르는 게 당연하지. 하여간 김봄 걔는..상사로 만나면 정말 피곤한 타입이야. 안그래? 미희는 동의를 원하는 듯 겨울과 은영이를 번갈아보며 말했다.

아..아마 모르겠지만..혹시 김여름이라고는 모르지? 거기도 지사가 많다보니..미희는 별 기대 없이 지나가는 말로 슬쩍 물었다.

김여름 과장님이요? 저 알아요..선배가 김과장님 어떻게 알아요? 은영은 되려 놀라서 입을 막고 미희를 쳐다보았다.

미희도, 겨울도 놀라서 말문이 막혔다. 한다리만 건너면 다 안다더니 대한민국이 좁긴 좁구나 느끼며.

겨울이랑 아는 사이야. 나도 몇 번 봤구. 미희는 자세한 얘긴 하지 않았다. 여름에 대한 은영이의 생각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피하고픈 상사로 알고 있다면 그 또한 곤란한 일이었다.

저랑은 아주 짧은 시간 같이 있었어요. 두어달 정도. 저 입사하고 같은 부서 계시다가 발령 나서 가셨거든요. 회사에서 인기 많으세요. 유능하고..예의 바르고..

그래? 다행이네..난 또 밖에서와 달리 사내 평이 별로일까 걱정했는데 좋은 동료라하니..미희가 말했다.

그리고..은영은 아직 할 말이 남은 듯했다.

너무 스윗하세요. 아직 사귀는 사람도 없다는데..제가 남자친구 없었다면 빠졌을 거 같기도 해요. (웃음)

미희와 겨울은 마주보며 웃었다. 김여름이란 사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존재라 생각하면서.

초년 시절에..아..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웃음)..과장님한테 리포트 결재 올린 적 있었거든요. 팀장, 본부장..그렇게 결재라인 타야 하는. 과장님이 별 말씀 없이 잘 썼다고 돌려주셨어요. 리포트 자체가 통상적인 내용으로 전에 내용 보고 약간 업데이트만 하면 되는 것이라 저도 별 신경 안썼어요. 실제로 본부장님까지 이견없이 결재 다 하셨고.

미희는 무슨 재미있는 에피소드일지 호기심 갖는 표정이었고 겨울은 여름의 일인지라 호기심 반 걱정 반의 느낌이었다.

사무실에 파쇄기 있잖아요? 제가 다른 일로 파쇄기 옆에서 있었는데 과장님이 파쇄를 하는 중이었어요. 팀장님이 과장님을 찾는 소리가 들려서 과장님이 나갔는데 제가 우연히 파쇄 용지를 본거에요. 근데 거기 좀전에 올린 리포트가 있는거에요.

다들 무슨 상황인지 짐작이 안가 멀뚱멀뚱 은영이만 쳐다보았다.

과장님이 다시 들어오셔서 파쇄를 계속 하시려해서 제가 물었어요.

과장님 혹시 이거 제가 오늘 올린 보고서 아닌가요?

아..네 맞아요. 주임님. 인쇄가 잘못됐는지 동일한 페이지가 몇 장 있었어요. 팀장님, 본부장님 보시는 거라 제가 뺀 거에요.

아..그럼 저한테 말씀하시지. 죄송합니다. 과장님. 신입이 좀 더 꼼꼼하게 살피고 올렸어야 했는데.

별 일 아닌데요 뭐.

은영은 당시를 설명하며 감정이 살아났는지 가슴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특히 별 일 아니라고 말할 때 김과장이 슬쩍 웃는 모습을 옆에서 보며 시쳇말로 심쿵했다며..선배들도 그 모습을 봤어아했다고 흥분하며 말했다.

그 전에도 좋은 선배라 생각했지만 그 일이 있고 나선 저한텐 과장님이 연예인 느낌이었어요. 무심한 듯 스윗한..왜 있잖아요. 드라마 남주 역할에 어울리는. 얼마 못갔지만요. 발령 때문에. (웃음)

그랬구나. 멋진 동료였네..미희는 새삼 여름이 달라 보였다. 겨울은 그저 커피를 한 잔 더 마셨다.

근데 두 분은 과장님을 어떻게 아신 거에요? 아신다 하니 제가 할 말이 없긴 한데..괜찮으시면 제가 자리 다시 한 번 만들게요. 진짜 소개해드리고 싶은 분이거든요. 아. 언니들..아직 만나는 사람 없다면요.

나근나근 말하던 은영이의 톤이 높아졌다. 소개해주고 싶다는 그 말이 진심임을 알 정도로.


미희가 은영과 다른 얘길 주고받는 사이 겨울은 커피를 마시며 떠올렸다. 며칠 전 광화문에는 비가..세차게 내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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