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화목을 꿈꿉니다
봄기운이 퍼지고 있습니다. 분홍빛 벚꽃은 바람에 흩날리며 시선을 사로잡고, 진한 향기를 내뿜는 라일락은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 계절입니다. 화려한 벚꽃축제가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을 취하게 하는 가운데, 모과나무도 작은 꽃을 피웁니다.
연두색 잎과 함께 피어나는 연한 분홍빛을 띤 모과꽃은 수줍은 듯 가지 사이에 숨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벚꽃 아래에서 사진을 찍고 라일락 향기에 감탄하며 지나가지만, 모과꽃 앞에서는 좀처럼 멈춰 서지 않습니다. 꽃이 피었는지 아는 이가 없는 것 같네요.^^
하지만, 저는 이맘때가 되면 모과꽃을 보러 공원으로 갑니다. 다섯 장의 선 분홍빛 꽃잎의 모과꽃은 청순하기 그지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과꽃이 정말 좋습니다.
잎과 가지에 가려져 자세히 살펴봐야 보이는 모과꽃은 화려한 벚꽃축제로 인해 기억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하지만 찬 바람이 부는 계절, 코끝을 간지럽히던 그 노란 열매의 향기를 잊는 사람 또한 아무도 없습니다.
모과는 못난이의 대명사입니다. 울퉁불퉁한 노란 열매의 외형이 우리에게 준 인상입니다. 모과나무는 꽃이 아닌 열매에서 향기를 담았습니다. 지금은 많은 디퓨져 향으로 모과나무 열매를 사라지고 없지만, 자동차 안이나 거실에 두세 개 정도만 두어도 문을 열 때마다 조금씩 퍼져 나오는 모과 향이 매력적이었죠. 은은하고 그윽한 모과의 향은 마음을 가다듬고 조용히 책장을 넘겨볼 여유를 주고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자연의 내음입니다.
모과란 이름도 열매에서 온 것 같네요. ‘나무에 달린 참외’라는 뜻의 목과(木瓜)가 변한 것입니다. 모과는 향으로만 우리와 가까운 것은 아니라, 사포닌, 비타민C, 사과산, 구연산 등이 풍부하여 약재로도 그 쓰임이 크며, 모과차나 모과주로도 많이 애용하고 있습니다.
비록 봄철에 잎과 함께 피어나는 모과나무 꽃은 우리 기억 속에 자리하기에는 너무나도 가혹한 현실입니다. 하지만, 모과나무는 ‘당신의 가장 아름다운 향기는 가장 화려한 시절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내와 성숙 끝에 맺히는 결실에 담겨 있다.’고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화려한 겉모습은 한 계절을 넘기지 못하지만, 성숙은 내면의 향기는 영원하다고 합니다. 순간의 즐거움보다 긴 호흡으로 인생을 풍요롭게 가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