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화목을 꿈꿉니다
왕벚나무꽃이 필 무렵이면 전국 방방곡곡에 축제가 이어집니다. 진해 군항제를 시작으로 부산 사상구 삼락 벚꽃축제, 강서구 낙동강변 30리 벚꽃축제, 금정구 윤산 벚꽃축제 등이 마치 나무 위의 벚꽃처럼 여기저기서 팡팡 즐거움을 터뜨립니다. 그러면,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 <벚꽃엔딩>처럼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길을 함께 걸으려는 사람들이 모여들겠지요.
일제강점기 일본인에 의해 받아들인 벚꽃 문화는 이제 일본인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매년 기다리는 반가운 손님입니다.
왕벚나무는 가장 화려하게 꽃을 피우기 위해 추운 겨울 딱딱한 껍질 속에서 다가올 봄의 설계를 마치고, 영하의 기온 속에서도 서로의 온기에 기대어 숨을 죽이고 있죠. 왕벚나무의 겨울은 멈춤이 아니라 에너지를 응축하는 '기다림의 미학'입니다.
낮의 길이가 밤보다 길어지기 시작하는 춘분(春分: 3월 20일)이 지나고 대지에 온기가 돌기 시작하면 왕벚나무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뿌리 끝에서부터 끌어올린 생명수가 가지마다 퍼져나가고, 단단했던 꽃눈들이 연분홍빛 속살을 살며시 드러냅니다.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우는 왕벚나무는 세상을 향해 "이제 진정한 봄이 왔다"라고 선언하는 전령사의 모습과도 같습니다. 옅은 분홍색에서 시작해 눈부신 흰색으로 변해가는 꽃잎들은 마치 지상에 내려앉은 뭉게구름처럼 보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봄의 향연을 선사하는 왕벚나무 아래에서 떨어지는 꽃잎을 기다린 적이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떨어지는 벚꽃 잎을 손으로 잡으면, 지금 곁에 있는 사람 혹은 짝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아름다운 속설 때문이겠죠.^^
땅에 떨어진 꽃잎들은 하얀 카펫이 되어 길을 만들고, 나무는 비로소 연두색 새잎을 틔울 준비를 합니다. 화려한 외형을 버리고 실속 있는 열매를 맺고, 내일을 준비하는 나무의 지혜로운 선택이겠죠. 왕벚나무는 우리에게 이야기합니다. 화려한 순간은 짧지만, 그 찰나를 위해 견뎌온 인내와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하는 생명력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