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못다한 이야기
제주 16코스 예원동 마을길을 따라 걸어가다 탁 트인 시야로 제주시를 바라다보면 제주의 바다와 적당한 높이의 건물들이 이어진 아름답고 정겨운 제주시의 모습이 눈에 띕니다. 하지만, 이 제주시의 모습을 해치는 것이 있습니다.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라고 불리는 2개의 건물이죠. 높이는 자그마치 169m. 서울, 부산 같은 대도시에나 있어야 할 건물이 제주시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의 경관과 제주시의 다른 건물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하고 왜 그 자리에 서있는 것일까요?
건물들의 용도는 카지노, 호텔과 같은 관광을 위한 것입니다. 그럼 제주도의 관광 가치는 카지노나 호텔에서의 좋은 숙박에 있는 것일까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002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2007년 세계 자연유산 등재, 2010 세계지질공원 등재라는 유네스코 3관왕은 인간이 만든 관광자원이 아닌 제주의 자연이 관광자원이고 무척 소중하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제주관광공사에서 실시한 2018년 제주특별자치도 방문관광객 실태조사에서 제주도를 여행목적지로 선택할 때 고려하는 요인은 자연경관감상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하더군요. 물론 저도 그랬습니다. 이 건물들에 대해 ‘제주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어 많은 사람이 찾을 것이다.’라는 말은 제주의 최고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한라산과 바다와 어우러진 정겨운 제주시의 모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말일 뿐입니다.
이런 것을 고려해보면 저 건물들은 아마 일부의 돈 쓰는 관광객들을 위해 만든 시설일 텐데 그 거대한 리조트에서 나오는 쓰레기처리는 제주민들의 몫으로 남습니다. 또한, 저기서 사용하는 어마무시한 수자원은 제주도의 부족한 지하수를 끌어다 쓰는 것이기에 제주민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죠. 거기에 제주의 소금기를 먹은 해풍은 건축물의 수명을 무척 빨리 깎는데 미래에 저 건물을 철거할 때 그 많은 쓰레기와 먼지는 누가 처리해야 할까요? 제주민들입니다. 당장 조금의 관광객들을 위한답시고 한 저 건물들에 대한 건축은 하나하나 뜯어보면 제주민들의 삶의 질을 낮추고 자연 경관을 망치는 최악의 선택일 뿐입니다. 이렇게 관광객들이 도시를 점령하고 도시민의 삶을 침범하는 현상을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이라고 합니다.
7코스를 지나다 보면 강정동에 위치한 민군관광형복합미항인 제주 해군기지를 만날 수 있습니다. 물론 군사경계지역까지 들어갈 수는 없지만, 꽤 가까이서 우리나라 해군의 최고전력이라는 제7기동전단의 위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해군기지를 떨어져서 본 뒤 강정마을로 들어오면 이 해군기지에 아직까지도 반대하고 있는 주민들의 현수막을 볼 수 있습니다. 민군관광형복합미항이라고 하기는 했지만, 결국 주민들에게 돌아온 것이 없는 것에 대한 반발이겠지요. 처음에는 단순히 환경 보존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보다는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제주민들에게 바다는 삶의 터전 그 자체입니다. 해녀들과 어부들이 캐오는 수산물은 가장 중요한 경제적 자원이죠. 아마 강정마을의 사람들도 어업을 중심으로 적당한 관광객들을 맞으며 살아왔을 겁니다. 하지만 제주 해군기지가 생김으로써 그들은 이러한 어업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생계가 끊긴 셈이죠. 제주 해군기지가 관광형복합미항이라지만, 그렇다고 관광객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어떤 매력도 가지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올레꾼들이 아 이런 곳에 해군 기지가 있구나 하고 스쳐 지나가며 사진 몇 장 찍는 그런 곳이었죠. 주목적이었던 크루즈는 항구에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서 강정마을은 제주에서 가장 중요한 어업과 관광업이라는 생계 수단을 잃고 살아가는 중인 것입니다.
분명 강정마을 사람들의 삶을 해군기지가 빼앗은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 “해군기지를 철거해!”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중국과 일본이라는 강대국들 사이에 낀 대한민국은 항상 어느 정도 이상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는 김구 선생님의 말처럼 “문화의 힘이 높으면 만족한다.”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냉혹한 현실은 군사력과 경제력이 있어야 국가의 말과 문화에도 힘이 실림을 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주도는 북한을 상대로는 아닐지 몰라도 일본과 중국을 상대로는 무척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전에 일제가 일제강점기 제주도를 무척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로 생각해 무수히 많은 군용시설들을 제주에 설치했음을 말했었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대한민국에게도 제주도가 무척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가 됨을 말합니다. 당장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의 보호를 위해서 약간의 환경 파괴와 강정마을 사람들의 삶을 약간 빼앗았다고 말하면 강정마을 사람들의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서 공감할지는 몰라도 제주 해군기지를 없애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 사람들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 이러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현재도 강정마을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는 것일 겁니다.
이미 이루어진 두 가지 개발의 사례를 살펴보았습니다. 이 외에도 보자마자 제 눈을 찡그리게 만든 제주신화월드와 같은 개발의 사례가 있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당장 제주도 앞에 닥쳐 있습니다. 제주제2공항 건설 사업입니다. 원래는 찬성의 여론이 더 높았던 이 사업은 이제는 반대의 여론이 더 많아졌으나 여전히 원희룡 지사는 정상 추진을 하려 하고 있습니다. 다만, 환경부가 국토부의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하여 제주제2공항 사업은 현재는 멈춘 상태입니다. 반려된 이유는 네 가지로 첫 번째, 비행안전이 확보되는 조류 및 그 서식지 보호 방안에 대한 검토 미흡. 두 번째, 항공기 소음 영향 재평가 시 최악 조건 고려 미흡 및 모의 예측 오류. 세 번째, 다수의 맹꽁이(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 서식 확인에 따른 영향 예측 결과 미제시. 네 번째, 조사된 숨골에 대한 보전 가치 미제시입니다.
하나하나 상세히 설명하면 일단 제주 제2공항의 부지로 예정된 곳은 성산읍 온평리입니다. 이에 따라 영향권에 놓이는 곳은 신산리, 수산리, 난산리, 고성리, 오조리입니다. 이를 첫 번째 이유와 연결시키면 오조리 주변 다수의 철새 서식지에 대한 보호방안이 없는 채로 일단 공항부터 건설한다고 하는 것이죠. 그리고 온평리 주변은 대부분 아름다운 오름과 밭, 숲으로 이어진 제주의 자연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 항공기 소음이 쏟아진다면 이곳에 사는 사람들 뿐 아니라 자연의 무수히 많은 생물들이 영향을 받을 겁니다. 세 번째 이유는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얼마나 부실한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수의 멸종위기야생생물이 서식하는 지역인데도 불구하고 영향 예측 결과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어처구니없을 따름입니다. 마지막으로 제주제2공항 부지에서 발견된 숨골에 대한 보전 가치를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도 이 사업과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숨골은 동굴 또는 동굴이 붕괴된 곳, 즉 땅에서 난 구멍으로, 물이 없는 제주에 빗물이 모여드는 곳이며 물난리를 막고 제주의 부족한 수자원을 보충해주는 무척 소중한 곳입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서 부지 내에 숨골이 109곳밖에(?) 없으니 이를 모두 되메우자는(매몰) 방안을 제시하자는 말도 안 되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전략환경영향평가서의 반려 사유만 보아도 ‘이게 가능한가?’싶은 이 사업은 올레꾼들에게도 치명적입니다. 온평리의 70%를 차지하는 이 공항으로 인해 2코스의 대부분과 3코스의 일부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아 사라지고 길을 어떻게 잇는다고 해도 비행기의 커다란 소음을 들으며 걸어야하기 때문이죠. 비행기 소음이나 들으려고 올레길을 걷는 것은 아닐텐데 말이죠.
가장 중요한 제주민들의 여론은 반대가 더 많기는 하지만, 정확히는 거의 반반에 가깝습니다. 성산읍에 속한 제주올레길을 걷다보면 전봇대 곳곳에 붙은 제주공항 찬성이나 반대 구호가 적힌 스티커를 쉽게 찾아볼 수 있죠. 찬성의 의견은 더 많은 관광객의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근거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반대하는 이들은 당장 오랜 기간 키워온 자신의 밭과 같은 삶의 터전을 어느 정도의 보상금만 받고 내줄 수 없으며 환경에도 좋지 않다는 근거를 내세우고 있죠.
찬성의 의견은 말만 들으면 무척 좋아 보이지만, 정말 큰 문제가 있습니다. 당장 제주도가 더 많은 수의 관광객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죠. 현재 제주의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은 국내 최대입니다. 제주민들이 배출한 것 아니냐는 말에는 2012년부터 2016년 동안 제주 인구는 13% 증가했는데 쓰레기 배출량은 41% 증가한 통계를 제시할 수 있겠습니다. 인구해 비해 쓰레기 배출량 증가가 너무 많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관광객들 때문입니다. 또한, 이미 성산하수처리장의 배출 기준인 일일 4천 톤은 이미 매일 4천5백 톤의 하수가 들어오고 있어 전혀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죠. 2017년에는 지하수 관측 수위가 이미 최저를 기록했을 정도로 수자원 또한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지금 관광객을 더 유치해야할까요? 이대로 가다가는 몇 십 년 후엔 제주는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힐링의 섬이 아니라 죽음의 섬이 될지도 모릅니다.
환경이니 뭐니 해도 아마 제주제2공항이 들어서면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사람들은 온평리 주민들일 겁니다. 제주제2공항의 부지를 밭으로 가지고 있거나 주변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은 모두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이 담긴 오랜 세월 함께해 온 땅을 공항의 부지로 쓰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남은 생도 자신이 살던 곳에서 살고, 자신의 밭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기를 바라는 소박하지만 중대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성산읍 전체로 범위를 넓혀보면 성산읍 주민들은 다수 찬성하고 있습니다. 아마 공항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 예측하는 거겠죠. 이 또한, 관광업을 통해 자신들의 삶을 조금 더 윤택하게 하려는 생각 중 하나입니다.
저는 개발에 기본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현대인들이 살아가면서 개발을 안 할 수는 없기에 어느 정도의 개발을 아예 하지 말아야한다는 입장은 아니죠. 그래서 여러 의미를 고려해봤을 때 마냥 제주 해군기지의 폐쇄를 주창하지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반대를 하고 제주제2공항도 웬만해서는 지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제주제2공항이 지역경제 활성화에는 도움을 주겠지만, 자연환경의 파괴로 오히려 미래에는 제주의 관광 자원이 모두 사라지고 죽은 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온평리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사라지고 삶의 질이 낮아질 것이기에 더욱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분명 저는 계속 제주제2공항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겠지만, 제주제2공항 건설을 결정하는 것은 제주도민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제주제2공항의 건설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제주도민이니까요. 이후에 제주제2공항 사업에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제주도민의 여론을 반영하고 제주도민의 삶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이 내려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