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특별함과 아름다움이 가득한 장소, 지질공원

제주올레 못다한 이야기

by baekja

제주는 3多도(바람, 돌, 여자), 또는 3無도(거지, 도둑, 대문)로 유명합니다. 이 두 가지 별칭은 예전부터 만들어져온 제주의 문화와 그 문화에 영향을 준 자연환경을 생각하고 만들어졌습니다. 이 별칭들 말고도 지금의 글로벌 시대에 들어서면서 제주는 전세계의 공인을 받는 섬으로 거듭났습니다. 그래서 갖게 된 별명이 바로 유네스코 3관왕이죠. 이 3관왕에는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2007년 세계자연유산, 2010 세계지질공원이 포함됩니다. 이 셋 중 올레길과 가장 관련이 높은 것은 세계지질공원입니다.


그럼 어떤 곳이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는 것일까요? 제주도 지질공원 홈페이지를 찾아가면 지질공원의 조건이 다음과 같이 쓰여 있습니다.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지닌 장소로서,

·적당한 크기와 범위를 가지고 있으며,

·자연, 인문, 사회, 역사, 문화, 전통 등이 결합되어 있으며

·지역주민의 경제적 이익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공원


풀어 말하자면 일단 지구과학적으로 가치가 있어야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지녔으며, 인문학적으로도 연구가 가능한 대상이며 요즘 각광받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곳이 세계지질공원이라는 말이 되겠습니다. 조금 더 간단하게 말하기 위해 2010년 유럽지질공원에서 내린 지질공원의 정의를 빌려 "지질공원이란 과거로부터 배우고 익혀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라고 지질공원을 정의하고 지질공원에 대한 간단한 소개는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제주도의 세계지질공원을 살펴볼 시간입니다.


제주도에서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된 곳은 총 13곳입니다. 한라산, 만장굴, 성산일출봉, 서귀포층, 천지연폭포, 중문 주상절리대, 산방산, 용머리해안, 수월봉, 우도, 비양도, 선흘곶자왈, 교래 삼다수 마을이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되어 있죠. 종종 세계지질공원에 교래리 삼다수 마을이 없는 자료가 있는데 교래 삼다수 마을은 2018년에 세계지질공원에 새로 추가된 곳이라서 그렇습니다. 이 13곳 중 제주올레 코스에 포함되어 있는 곳은 성산일출봉, 중문 주상절리대, 용머리해안, 수월봉, 우도입니다. 여기에 더해 제주올레코스에 가깝거나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서귀포층, 천지연폭포, 산방산, 비양도 정도가 있습니다. 앞에 말한 9곳 중 전에 이미 말을 했던 우도와 다음 글에서 설명할 수월봉은 빼고 7곳을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성산일출봉 입구의 비석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마크


제주올레 1코스에 위치한 성산일출봉(천연기념물 제420호)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 봤을만한 곳입니다. 이름만 들으면 봉우리 하나만 있을 것 같은데 99개의 조그만 봉우리가 분화구 하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성산일출봉은 약 5천 년 전 얕은 바닷속에서 폭발한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화산체(오름)입니다. 제주도 동쪽 해안에 우뚝 솟아 마치 성처럼 보이죠. 원래는 제주도에서 떨어져 있었지만, 파도와 바람에 깎여 지금은 제주도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분출 이후 길고 긴 침식작용으로 해안절벽을 따라 응회구(수성화산 분출에 의해 높이가 50m 이상이고, 층의 경사가 25° 보다 급한 화산체)의 다양한 내부구조가 잘 드러나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합니다.


성산일출봉은 많은 제주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성산일출봉을 설문대할망의 빨래바구니로 상상하기도 했고, 성산일출봉 바로 아래의 터진목에서는 4·3의 아픈 기억이 남아 있기도 합니다. 이미 19세기에 이한우에 의해 영주십경의 제1경으로 ‘성산일출城山日出’이 꼽히기도 했습니다. 제가 성산에 오른 것은 무척 흐린 날이었고, 비와 눈이 섞여 내리는 을씨년스러운 날이라 성산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경치는 감상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성산일출봉 아래로 펼쳐진 성산리 마을의 모습을 보면서 오랜 시간 성산리 주민들의 삶의 보금자리가 되어준 성산일출봉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성산일출봉 정상에서 보는 성산리


8코스 중간에서 볼 수 있는 중문 주상절리대의 정식명칭은 중문대포 해안 주상절리대(천연기념물 제443호)입니다. 주상절리는 뜨거운 용암이 식으면서 수축작용 때문에 수직으로 쪼개져 생기는 육각형의 돌기둥입니다. 제주도 전역에서 이런 주상절리를 찾아볼 수 있지만, 중문동에서 대포동까지 이르는 2km에 걸쳐 발달한 중문대포 해안 주상절리대만큼 웅장하고 멋있는 주상절리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9시부터 주상절리대에 입장할 수 있어 저와 제 친구는 입장 시간에 맞추어 주상절리대를 찾아갔습니다. 그날 처음으로 주상절리대를 보는 사람이 된다고 하니 무척 설렜습니다. 저나 제 친구 모두 이전에 주상절리대를 본 적은 있었지만, 오랜만에 확인한 주상절리의 모습에 매우 감탄했습니다. 친구는 와보니 확실히 멋있어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까지 말했습니다. 파도가 치는 바다를 맞으며 서있는 자연의 거대한 기둥들의 장엄한 모습을 확인하고 싶다면 꼭 주상절리대를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중문대포 해안 주상절리대


산방산 바로 아래에 자리한 용머리해안(천연기념물 제526호)은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체입니다. 성산일출봉처럼 물과 마그마가 만나 폭발하는 수성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용머리 해안은 세 개의 화산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이들은 시간의 간격을 두고 차례대로 폭발해서 만들어졌는데 함께 모여 있는 세 개의 화산을 통틀어 ‘용머리 화산체’라고 합니다. 지금 보이는 용머리 모양은 파도와 바람에 깎여 만들어진 모습입니다. 옆에서 보면 잘 보이지 않는 용머리의 모양은 위에서 보면 무척 잘 보입니다. 사실 용머리의 모습을 보는 것보다도 용머리해안 주변을 거닐어보고 싶었는데 물때가 맞고 우천과 강풍이 없어야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용머리 해안을 방문할 때는 꼭 안내소에 전화를 해보고 방문하기를 권합니다.


용머리해안


용머리해안 바로 위에는 산방산이 있습니다. 산방산(명승 제77호)은 설문대할망이 한라산에 앉으려다 뾰족한 봉우리에 엉덩이를 찔려 화가 나서 봉우리를 날려 바닷가로 보내 만들어졌다는 재밌는 설화가 얽혀 있는 산이기도 합니다. 끈적끈적한 조면암질 용암으로 만들어진 종상화산인 산방산은 멀리서보면 둥근 추 모양을 하고 있어 무척 편안한 느낌을 주는 산이었는데 가까이 서니 깎아지를 듯한 바위와 꽤 높은 산의 높이에 고소공포증이 있는 저는 쳐다보는 것도 무서웠습니다. 저는 시간이 없어 산방산을 올라가보지는 못했지만, 산방산에 있는 ‘산방굴사山房窟寺’는 영주10경의 제8경이기도 하니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올라가서 멋진 경치를 감상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산방산


위의 4곳이 제주올레 코스에 속해 있거나 바로 옆에 있는 곳이라면 이제 설명할 세 곳은 제주올레 코스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있는 곳들입니다. 제가 직접 가본 곳들이 아니기에 이 세 곳은 짧게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서귀포층 패류화석 산지(천연기념물 제195호)는 긴 시간동안 수성화산의 퇴적작용과 바다의 풍화작용이 반복되면서 생긴 퇴적층입니다. 현재는 볼 수 없지만, 오래 전에 살았던 거대한 조개와 산호 같은 다양한 해양생물들이 화석으로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7코스 칠십리시공원에서 1km 정도 떨어져 있으니 서귀포 시내에서 묵다가 시간이 남으면 방문할 곳으로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서귀포층 패류화석 산지 바로 옆에 입구가 있는 천지연폭포(천연기념물 제27호)는 입구를 따라 조금 오래 걸어가야 합니다. 폭포가 침식작용에 의해 점점 후퇴하면서 바닷가에서 육지 안쪽까지 폭포가 들어온 곳이죠. 천지연 폭포를 따라 형성된 난대림은 무척 안정된 느낌을 줍니다. 아름다운 물소리를 따라 난대림을 구경하며 천천히 올라가면 우아하게 떨어지는 천지연 폭포의 물줄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제258호였다가 2009년 해제된 무태장어의 서식지이기도 합니다. 무태장어는 국내에서는 희귀한 어종이지만, 외국에서는 흔한 어종이라 양식으로 많이 길러 우리나라에서도 쉬이 먹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천연기념물 제27호로 지정된 천지연폭포 주변의 무태장어 서식지에서 무태장어를 잡아다 먹으면 형사 처벌받을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칠십리시공원에서 바라본 천지연폭포


마지막은 비양도입니다. 이제는 너무 유명해진 14코스 협재해수욕장의 그림 같은 풍경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비양도는 14코스 종점 한림항에서 배를 타고 가볼 수 있습니다. 지금도 주민들이 살고 있는 이 섬은 드라마 <봄날>의 촬영지로 유명하기도 하죠. 한때는 이 비양도와 협재리 해안을 잇는 해상 케이블카를 만들려고 했답니다. 다행히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이국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이 풍경을 원형 그대로 지킬 수 있었죠.


협재해수욕장에서 바라본 비양도


비양도를 끝으로 제주올레와 관련된 세계지질공원의 관한 저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제가 담지 못한 제주의 세계지질공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으니 제주도에 방문한다면 세계지질공원을 가보기를 추천합니다. 후회하지 않을 거라 확신합니다. 사람과 땅, 바다가 어우러진 섬 제주의 아름다운 경관들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된 것은 무척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경관을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예를 제주에 계속 제시하고 있으니까요. 2018년에 교래 삼다수 마을이 새로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어 이전보다 더 제주의 매력을 잘 보존하고 널리 알리고 있는 만큼 더 다양하고 아름다운 제주의 장소들이 세계지질공원으로 더 많이 지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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